“코로나19로 유통가는 그야말로 암흑기이에요. 세월호 때보다 더해요. 온라인 업계도 주문이 폭주해서 잘나간다지만 대놓고 마케팅도 못하죠. 피해지역 지원마저도 눈치를 봐야할 정도입니다”

한 온라인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격하게 늘면서 유통업계는 ‘봄 마케팅’을 사실상 포기했다.

일반적으로 2월은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마케팅이 기지개를 펴는 시기다. 외모를 가꾸려는 사람들로 패션·뷰티 상품 수요가 늘고 야외활동 관련 품목도 판매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두문불출하고 있고, 확진자가 다녀갔거나 직원 중 확진자가 나온 매장은 임시 폐쇄돼 마케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오프라인 업계는 마케팅보다는 방역 등 매장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온라인 중심으로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온라인 업계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은 생필품 위주로 수요가 치솟고 있는 만큼 기획전을 짜고 있지만 관련 용품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뷰티·패션이나 디지털 가전 카테고리는 중국에서 제조하는 상품이 많아 기획전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체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온라인이 ‘코로나19 대목’을 누리고 있다고들 하지만 물품 수급 자체가 어렵다”면서 “매출을 많이 올리기 위해 생필품 중심으로 마케팅을 준비한다기보다 패션 가전 쪽은 수입이 끊겨 아예 마케팅 자체가 어렵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유통업계의 ‘비대면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쿠팡은 고객 불안감을 덜기 위해 모든 주문 물량에 대해 22일부터 ‘언택트 배송’으로 전환했다.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고객이 배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직접 전달을 원하더라도 문 앞에 배달된 상품을 놓아둔 뒤 초인종만 누르는 형식으로 바뀐다. 쿠팡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 때까지 실시되는 한시적인 안전 조치”라고 했다.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비대면 배송 관련 사항을 문자메시지로 안내하고 위탁 수령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무인점포 개설도 올 상반기에 잇따를 전망이다.

CU는 24일 하이브리드 편의점 ‘CU 바이셀프(Buy-self)’ 100호점을 열었다. 100호점은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경영관 내에 있다.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주간에는 유인(有人), 야간에는 무인(無人)으로 운영되는 점포다.

바이셀프 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은 CU 멤버십 회원 기반으로 모바일 앱을 이용해 출입 인증을 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사후 대응이 가능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출입 인증부터 상품 스캔,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고객 혼자 해결할 수 있어 점주나 점원과의 접촉이 필요 없다.

CU는 해당 점포를 올해 말까지 200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봄 단골 상품인 화장품과 여행 상품은 줄고 명절 시즌 인기상품인 건강기능식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코로나19확산이 가져온 변화다.

롯데홈쇼핑이 1~17일 판매 상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모 가꾸기’ ‘외출’ ‘여행’ 관련 상품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파운데이션, 메이크업 베이스 등 색조화장품 주문금액은 31.6%, 명품·쥬얼리 상품 주문금액도 14% 줄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같은 기간 동남아, 유럽, 미주, 호주 등 총 22개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으나 올해는 주문이 없어 여행 상품 편성을 중단했다. 레저·스포츠웨어 수요도 줄어 편성을 42%나 줄였다 .

반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프로폴리스, 홍삼, 유산균, 비타민 등 건강식품 주문금액은 137%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품 ‘한뿌리 흑삼’ 매출도 1월28일∼2월21일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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