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9시 하얀색 바탕에 꼬리 날개 부분에 이스라엘 국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이스라엘 항공 LY063편 1대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 여객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스라엘에서 조기 귀국을 원한 한국인 여행객 221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날 이스라엘에서 전세기가 도착하자 국립 인천공항 검역소 등 관계기관 직원 20여명은 분주해졌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49번 게이트에 들어선 승객들은 대부분 성지순례를 다녀온 50대 이상의 중년들이 대다수였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장시간 비행과 현지에서의 격리 등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검역소 직원들이 건네 준 건강상태질문서를 받아 들고 인근에 마련된 작성대와 벤치에서 각자의 여권을 확인하며 질문서를 작성했다.

검역소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현재 코로나19 청정구역이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오염지역 대상은 아니어서 특별검역은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에 탑승하다 보니 입국자 정보 확인 차원에서 귀국 이후 국내 거주지 확인 등에 따라 ‘건강상태 질문서’는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상태 질문서 작성을 마친 우리 국민들은 검역대를 차례대로 통과한 뒤 인천공항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중국 심사 전용 심사대로 이동했다.

그러자 일부 승객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한 승객은 “우리가 마치 코로나라도 걸린 사람 취급하는 것이냐”며 항의했고, 공항 직원은 “이스라엘에서 귀국한 승객들을 위해 입국심사대만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해를 당부했다.

실제 이날 이스라엘에서 입국한 승객들은 중국에서 입국하는 승객들과는 달리 모바일 자가진단 앱(App) 설치와 전화 확인 등은 거치지 않고 입국심사에 들어갔다.

이날 이스라엘에서 입국한 한 성당 신부는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에서 마련한 숙소에서는 숙소 주인들이 (우리 여행객을) 안 받겠다고 (거부)해서 공항에서 노숙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인천 교회에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는 연모(68·여)씨는 “(성지순례는) 3일밖에 못했다”면서 “갑자기 선상 콘서트하는 배부터 취소가 됐고, 호텔방에서 하루 격리 됐지만 (이스라엘 정부에서) 식사도 배달해줘 고마웠다. 하지만 식사를 배달하는 현지인들이 자기들끼리 침을 뱉는 흉내를 내는 통에 많이 당황스럽고 불쾌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 여성 성지순례객은 “현지 상황에 대해 (한국인은) 여행 못한다”며 “음식점과 호텔 다 미리 예약하고 갔지만 입장은 거부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일정 막바지여서 귀국 전날 공항 인근에 마련된 큰 강당에서 하루를 묵고 전세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 승객은 “23명의 일행과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현지 상황은 매우 좋았고 일정도 많이 남아 있어 오기 싫었지만 이스라엘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귀국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순례객들이 이스라엘로 온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와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 여행 중 조기 귀국을 희망하는 한국인을 위해 임시 항공편 2대를 제공했다. 이날 전세기로 귀국하는 한국인은 총 400여명 규모다.

우선 1차 항공편은 전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공항을 이륙해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인천공항에 도착, 여기에 탄 한국인은 221명이 귀국했다.

2차 항공기 편은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인천공항을 향해 이륙했다. 2차 항공기의 인천공항 도착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께가 될 전망이다.

이날 도착하는 총 2편의 전세기 운행 비용은 이스라엘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만큼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 김민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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