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을 닫은 PC방 수가 3200여곳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9개꼴로 문을 폐업한 셈이다. 폐업률은 지난해 기준 15.7%로 커피숍(14.4%)이나 노래방(4.6%)보다 높았다. 진입 장벽이 낮아 업종내 경쟁이 심한데다, 스마트폰 활성화, PC방 트렌드 변화 등으로 도태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2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오상엽 연구위원이 PC방 산업의 창·폐업 현황과 전망, 변화 트렌드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전국 PC방 창업률이 다소 꺾인 반면, 폐업률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폐업률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PC방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작년 3400곳 문 열고, 3200곳 문 닫아

지난해 문을 연 PC방 수는 3437곳으로 적지 않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폐업 매장수도 3282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을 연 PC방 만큼 닫은 곳도 많았다는 얘기다. PC방 폐업률은 15.7%로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커피숍(14.4%), 당구장(13.8%), 제과업(11.0%), 미용업(6.3%), 노래방(4.6%) 등보다 높았다. 폐업률은 그 해 폐업 매장 수를 전년도 총 매장수로 나눠 100을 곱한 것이다. 창업률도 16.4%로 여전히 높은 편이었지만 2018년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PC방 수는 2018년 기준 2만896곳이었다. 미용업(8만8606곳), 커피숍(5만4830곳), 노래방(3만3676곳)보다는 매장 수가 적었으나 당구장(963곳), 제과업(2421곳), 헬스장(1109곳)보다는 많았다. PC방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 지역으로 4807곳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4531곳), 경북(1175곳), 부산(995곳)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PC방 1곳당 인구수는 광주 지역이 1553곳으로 가장 적었다.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자들, PC방 사장님됐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처음 탄생한 PC방은 프랜차이즈 등장에 힘입어 2008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 한 해 문을 연 PC방 수만 5300여곳에 달했다. 당시 명예퇴직자들의 PC방 창업 행렬이 잇따른 영향이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 게임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PC방 산업이 급성장한 것으로 풀이됐다.

PC방 산업은 2009년 이후 한동안 내리막을 타기도 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충격을 받은데 이어 스마트폰이 본격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폐업하는 곳이 급증한 것이다.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100개 미만에 불과하던 PC방 폐업 수는 2011년 약 3900곳으로 불어났다. 2013년 PC방 흡연 금지법 시행 이후 방문객수가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PC방이 새로 생겨나는 PC방 수를 일정 기간 앞질렀다.

위기에 처한 PC방은 생존전략을 바꿨다. 게임만 하는 곳이 아니라 카페처럼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판매 음식을 다변화해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PC방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했던 음식 매출 비중은 약 40%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PC방 산업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셋째주 PC방당 일평균 PC가동률은 18.6%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1월 둘째주 가동률(24.4%)보다5.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위원은 “각종 위기와 규제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생존하고 발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도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PC방 휴업 등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시기와 회복 여부 등이 산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욱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