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유행 이후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 시장이 급부상 중이지만 부동산 전자계약 시장의 성장세는 아직 더디다.

3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전자계약 체결건수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2월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체결건수는 3월 들어 6843건으로 줄며 전월(1만1276건) 대비 39.3% 감소했다.

전자계약은 종이나 인감 없이도 부동산 매매·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가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공인인증서나 스마트폰 인증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한 데다 실거래 신고, 임대차 확정일자 신고 등도 자동으로 진행돼 각종 거래, 행정 절차가 간소화된다.

여기에 대출 금리 인하 혜택도 준다. 공공주택 입주자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대출금리가 0.1%p 추가 인하되며, 올해 1월 현재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9개 은행도 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 대출 시 만기일까지 최대 0.3%p의 추가 우대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편의성과 혜택에도 불구하고 전자계약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이유는 집주인이 전자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세입자의 경우 전자계약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집주인의 경우 사실상 혜택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없어 계약당사자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오히려 매도인이나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자계약 체결시 임대소득이 국세청 등에 노출될 수 있다. 또 실거래 신고기한이 최대 30일까지 주어지는 데 비해 전자계약 체결 시 거래가 즉시 신고 되는 탓에 잔금을 치르거나 세금을 납부하는 등의 거래 상황과 맞지 않아 전자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더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도 집주인에게 굳이 전자계약을 요청할 만한 이유가 없는 셈이다. 현재 민간에서 전자계약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거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국토부는 일단 올해는 공공부문 전자계약 의무화를 시행해 전자계약의 저변을 넓히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오는 5월7일 분양하는 올해 첫 행복주택부터 공공주택에 대한 ‘부동산 전자계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우선 신혼부부 등 청년층 입주율이 높은 행복주택부터 시작해 앞으로 신혼희망타운, 국민·영구임대 순으로 의무화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다만 이번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비대면 부동산 전자계약 방식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면서 민간 부문의 비중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전자계약이 정착되는 환경이 머지않아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자계약 체결 9609건 중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했으나 ▲올해 1월 4.7%(5783건 중 272건)로 증가했고 ▲2월 11.3%(1만1276건 중 1270건) ▲3월 12.3%(6843건 중 842건)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부문에서 전자계약의 활용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지만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올해부터 공공부문 의무화로 전자계약 체결건수가 조만간 연 100만건 이상을 넘어서는 등 전자계약 관행이 정착되면 중개사 등을 통한 민간 부문 거래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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