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한켠에서 60대 노숙인이 자신의 짐을 이곳으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 지난 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한켠에서 60대 노숙인이 자신의 짐을 이곳으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 이어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화장실 입구에 세워진 전동 휠체어에 60대 여성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인천공항 내에서 ‘휠체어 할머니’로 불리는 노숙인이었다.

입국장 끝 한켠에 자신의 짐을 한가득 쌓아둔 이 여성은 코로나19에 대비한 듯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기간이 오래돼 흰색 마스크가 회색으로 보일 정도 였고 장갑은 거의 닳아 있었다.

이 여성은 “고향은 청주지만 어지러운 가정사로 인해 공항에서 4년 넘게 머물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로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면서 “갈 곳이 있으면 가겠지만 집은 경매로 넘어가 갈곳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공항에서의 코로나19 감염 문제에 대해 묻자 “그게 두려웠으면 이곳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항보다는 재활시설 입소가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묻자 “싫다”고 잘라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년보다 97% 이상 급감한 인천공항이 요즘엔 노숙인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인천공항 등에 따르면 이들 노숙인은 해외 유입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이런 이유로 인천공항은 노숙인들에게 재활시설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숙인들은 공항 곳곳을 떠돌고 있는데,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부근에도 50대 후반의 여성 노숙인이 종종 출현하고 있다. 이 여성은 마스크 등은 하고 있지 않았으며 가방에는 얇은 담요와 옷가지, 마시던 음료수병이 전부였다. 특이하게도 옷차림새가 깨끗했고 반지와 팔찌 등 장신구까지 하고 있었다.

그에게 국적은 어디인지, 노숙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지만 대답없이 자리를 피했다.

주변에 있던 환경미화원은 이 여성에 대해 “공항에서 생활한지 4~5개월 됐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지만 국적은 중국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이 여성의 보호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 각각 2명과 8명으로 공항 내 10명의 노숙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셔틀버스로 언제든 옮겨 다니는 실정이어서 정확한 인원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사는 이들에게 재활시설 입소를 안내하고 있지만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의 실내 온도가 24~26도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때문에 재활시설보다는 공항에서의 노숙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들은 공항 직원들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어서 면담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달 셋째주부터 인천공항경찰단과 합동으로 노숙인 실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인천 = 김민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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