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공사장에서 떨어져 숨진 청년 노동자 고 김태규씨 사고 관련 검찰이 책임자를 불기소 처분하자, 유족과 시민단체가 ‘재정신청’을 했다.

15일 수원고법,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대책회의’ 등에 따르면 김씨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검찰이 시공사 대표, 발주처 대표 등 사고 책임자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자 이에 불복해 지난 3월9일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씨 유족들은 지난해 6월 발주처 법인·대표·상무이사, 시공사 법인·대표·이사 등 공사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발주처 대표 등에 대해 “이 사건 공사의 구조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주체는 시공사에 있다고 판단돼 달리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자료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또 시공사 대표, 이사 등에 대해서도 “안전총괄책임자는 현장소장”이라며 “달리 피의자들이 근로자 김씨의 사망과 관련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거나 설치 검사를 받지 않은 승강기 운행에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했다.

재정신청서에는 “검사는 대표로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기소하지 않았는바, 건설현장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게 되는 결과가 초래됐으므로 적어도 법원에서라도 건설업체의 대표들이 책임질 수 있게끔 하여 주시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청인들은 “건설현장에서 사용승인을 받지도 않은 승강기를 고의 또는 과실로 사용해 발생한 사고로 현재 우리 건설현장에 만연해 있는 대표적인 ‘안전불감증’에 관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일벌백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건설현장에서는 무수한 청년 노동자들이 사망할 것임은 명약관화”라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262조 2항에 따라 법원은 3개월 이내에 신청을 기각하거나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르면 다음 달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청인 측은 지난 14일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탄원서를 포함한 1500여건의 탄원서를 수원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염 시장은 탄원서를 통해 “유족과 시민들은 이대로 책임자 기소 없이 사건이 종결된다면 김태규군 죽음의 진상은 아무도 알 수 없게 되고,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공사와 발주처 불기소 처분 재정신청에 대한 공소 제기를 검토해달라”라고 적었다.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대책회의’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현장 관리자만 처벌받을 뿐 진짜 책임자는 처벌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검찰이 이들을 기소조차 하지 않아 재판도 받지 못하니 사고는 나고,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4월10일 오전 8시20분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아파트형 공장 신축 공사 현장 화물용 승강기 5층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 사고 관련해 기소된 시공사(법인), 현장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19일 열릴 예정이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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