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빚이 161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주춤해진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카드 소비 등이 줄면서 빚 증가세가 큰 폭 둔화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0년 1/4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611조3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1조원(0.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0.2%)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4분기(27조7000억원)에 비해서도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 잔액을 더한 액수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인 가계대출은 1521조7000원으로 전분기대비 17조2000억원(1.1%)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증가액(5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 불어났지만, 전분기(23조1000억원)에 비해서는 덜 늘었다. 다만 전년동기대비 증감액은 70조원으로 지난 2018년 4분기(76조8000억원) 이후 1년 1분기만에 가장 많았다.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 12조6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 15조3000억원 늘어 잔액이 85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3분기(15조9000억원)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큰 증가 규모다. 한은은 “주택 매매와 전세거래 증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기타대출은 연말·연초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에 증권사의 신용융자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은 1조8000억원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에서 가계대출이 12조9000억원 늘었다. 전분기(17조원)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은 8조7000억원, 기타대출은 4조2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는 2조3000억원 감소했다. 1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론 양수액 증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9조5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견인한 셈이다.

판매신용 잔액은 89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조1000억원(-11.2%) 감소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감소한 것이다. 판매신용에는 결제 전 카드사용 금액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쪼그라들면서 판매신용 감소폭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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