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수수 사건 재조사를 촉구하는 여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의 검찰 강압수사 의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이 나와, 재심 청구가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과 함께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를 고리로 검찰개혁 후속 작업 격인 법원개혁에 착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많으니 무조건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각 기관의 수뇌부에서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조사해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한신건영 대표였던 고(故) 한만호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5년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최근 검찰의 강요로 거짓진술을 했다는 한씨의 비망록이 언론보도로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재심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비망록을 작성한 한씨가 이미 고인(故人)이 됐기 때문에 재심과 관련해선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법무부, 법원, 검찰 등 해당 기관에서 먼저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권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사법부 차원의 재조사를 요구한 것은 우선 재심 청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씨가 이미 사망한 데다가 비망록도 이미 재판 과정에서 다뤄져 재심 사유가 되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420조에 따르면, 증거나 진술이 명백히 위·변조됐거나 허위인 경우, 무죄라는 확실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을 경우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율사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재심은 법률적으로 요건이 까다로워 어렵다”며 “진상조사는 과거 진상조사위원회처럼 법무부 차원에서 꾸릴 수 있겠지만 강제력이 있지 않아 잘 되기 힘들다”고 했다.
또다른 의원도 “비망록이 공판에서 안 나왔다면 모르나 나왔던 것이라서 새로운 증거로 보긴 어렵다”며 “당장 재심사유가 되기 힘들다”고 짚었다.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와 관련한 죄로 확정판결을 받았을 경우도 재심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강압 등에 의한 허위 진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재심 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변호사 출신 박주민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회유·압박 의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공수처가 설치가 된다면 공수처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는다”고 답했다. 공수처법상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은 공수처 수사대상에 들어간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지금 당장 공수처가 수사 할 거다 말 거다 말씀드릴 수 없다”며 “알다시피 이번에 설치가 될 공수처는 독립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우선 숙원 격인 ‘한명숙 구하기’라는 해석이 붙는다.
한 전 총리는 참여정부 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지낸 친노 원로로, 지난 2009년 서거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추모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2015년 대법원 확정판결 후 당시 당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한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형기를 채운 한 전 총리가 새벽 의정부 교도소에서 나왔을 때 우원식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현 당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당시 국회의원이던 여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에 “우리가 177석이 아니라 100석만 얻었어도 주장은 똑같이 나왔을 것”이라며 “의석수에 기반한 거대 여당의 압력이 아니라 한 전 총리는 무죄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의 연장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전 총리와 가까운 또다른 의원도 “한 전 총리가 그 연세에 징역살이를 하고 너무 고생을 했는데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법적 재심요건이 되냐 안되냐를 떠나서 되면 좋고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최대한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나”라고 거들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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