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나라의 생필품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미미하게 상승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면 봉쇄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물가상승을 제약했다는 분석이다. 물가를 짓누르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내년에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물가상승률도 점차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의결한 '2020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봉쇄조치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주요 선진국의 물가상승률도 대체로 큰 폭 하락했다"며 "당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을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0.3%로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요 측 물가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에너지 가격 하락이 물가상승률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국가별로는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봉쇄조치, 정부정책 등의 차이로 물가 흐름이 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면 봉쇄조치가 시행된 선진국의 경우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상승률 둔화가 제약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생필품 가격이 덜 올라 물가상승률이 저조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확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정책이 추가적인 물가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봉쇄조치가 강한 국가일수록 식료품 가격 상승폭이 컸다. 우리나라에 비해 봉쇄조치가 강했던 미국의 4월 식료품 물가는 1월 대비 3.4%포인트 상승했고, 독일(2.1%포인트), 스페인(1.9%포인트), 프랑스(2.2%포인트), 이탈리아(2.2%포인트) 등 유럽 지역의 물가 상승폭도 크게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는 3월 0.7%포인트 올랐다가 4월 0.1%포인트 떨어졌다.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 사라지면서 경기 개선,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코로나19 전개 양상, 국제유가 추이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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