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야구소녀’ 주수인을 연기한 배우 이주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이 말을 꼽았다. 그 무엇보다 영화 ‘야구소녀’를 한마디로 압축한 대사다.
영화는 고등학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인 주수인의 이야기다. 최고 구속 134㎞에 볼 회전력을 강점으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말을 듣지만, 졸업을 앞두고 프로팀 입단을 꿈꾸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주변에서는 모두가 ‘안 된다’고 한다. 학교 교장도, 감독도, 엄마도 모두 고개를 젓는다. 그런 사례가 없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프로 세계에서 남자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냐며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주수인은 ‘뚝심’을 갖고 직진한다.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주수인은 말한다. 단지 야구가 하고 싶을 뿐이라고.
새로 부임한 코치 최진태(이준혁)도 처음엔 남들과 다르지 않은 시선이었다. 프로 진출에 실패한 경험을 겪었기에 누구보다 그 어려움과 현실을 알고 있었고, 주수인의 이런 ‘뚝심’이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때문에 최진태는 주수인에게 ‘포기하는 게 맞는 걸 수도 있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그 앞에서 직구로 자신의 실력을 보이는 주수인에게 여자라서 안 되는 게 아니라 “실력이 없다”는 뼈 아픈 말도 남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던 최진태는 손에 피가 나도록 공을 던지며 절박하게 매달리는 주수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주수인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곁에서 응원을 보낸다.
극 중에서 대립각을 보이던 최진태와의 갈등은 다소 빠르게 해소된다. 대신 딸을 마냥 응원할 수 없는 엄마 역의 염혜란과의 갈등이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고단한 삶 속에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해온 엄마는 어려운 가정형편과 녹록지 않은 현실에 대한 걱정에 딸과 번번이 충돌한다. 이때문에 외부적인 갈등 요소 보다는 오히려 주변의 시선과 현실이 더 크게 그려지기도 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이를 개척하는 여성 성장 영화이지만, 여성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담담하고 투박하게 꿈을 향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주수인이 마주하게 되는 장애물이나 그 모습을 과장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영화가 첫 장편 데뷔작인 최윤태 감독은 “처음엔 여성 인권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지만,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좀 더 포괄적으로 꿈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극장을 나가는 관객들이 현실을 돌아보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주수인’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꿈을 향한 도전인 만큼 영화는 예상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라도 가슴 속에 갖고 있는 꿈 하나가 있기에, 영화 후반부에 다다르며 꿈을 향한 주수인의 전력투구를 마주할 땐 어느샌가 마음 속으로 그를 응원하고 있다.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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