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지 한 달 만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비공개회의를 열었지만 군사 행동에 대한 추가 언급 없이 신중한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핵’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여전히 군사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8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와 비공개 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달 2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를 열고,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한 지 25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26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후 11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신은 비공개 회의에서 “조선반도 주변에 조성된 군사 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 부대들의 전략적 임무와 작전동원태세를 점검하고,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기 위한 핵심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적인 중요 군수생산 계획 지표들을 심의하고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예비 회의에 따른 본회의 성격이지만 북한은 대남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대미, 대남 위협 행보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는 미 대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 남북 관계 등 한반도 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하반기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시로 총참모부가 예고했던 ▲금강산·개성공단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철수 민경초소(GP) 재진출 ▲1호 전투근무체계 격상 및 접경지역 훈련 재개 ▲대남 삐라(전단) 살포 지역 개방 및 군사적 보장 등을 전격 중단한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정국 속에서 한반도 군사 정세를 분석·평가하고, 하반기 군사 전략과 전술을 결정하는 회의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정국과 미 대선 과정, 중국의 도발 자제 요청 등 한반도 대내외 정세를 감안해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 5월24일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4차 확대회의에서는 ‘핵 전쟁 억제력’이라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전쟁 억제력’이라고 다소 수위를 낮춘 대목도 주목된다. 두 달 전 북한이 확대회의에서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밝힌 것보다는 절제된 표현이다.  
다만 북한은 ‘군사 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 대비’를 언급하면서 군사력 강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당장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중단을 압박하는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문제 등을 감안해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이달 결론낼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핵심적인 중요 군수생산계획 지표를 심의·승인했다고 밝히며 새 전략무기 개발 및 생산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공개 회의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단거리 미사일 등 새 전략무기의 개량과 실천 배치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핵탄두와 중장거리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생산 목표 등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구체적인 군수생산계획 목표를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언급한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구체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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