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금융권 산업대출이 석달새 69조1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정부, 가계는 물론 기업·자영업자까지 모두 '빚 내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에 늘어난 대출액은 12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도소매, 숙박·음식점 업종에서 대출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4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2분기중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은 1328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9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분기 이후 역대 최대폭이다. 기업과 자영업자 가 모두 빚을 늘리면서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대출이 역대급 폭증세를 보였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14.2%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해 1~6월까지 늘어난 대출금 규모만 120조5000억원에 달한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지난해 연중 증가 규모(86조4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2분기 산업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건 서비스업이다. 전분기대비 47조2000억원 증가해 역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68%를 차지하는 규모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자영업자가 주로 몰린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18조8000억원 늘어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의 대출 비중은 전체 서비스업 대출의 31.3%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빚으로 연명한 자영업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 대출도 10조6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2분기 산업별대출금 증가 배경에 대해 “정부와 금융기관의 금융지원 확대도 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부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대출도 전분기대비 17조2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에 따른 자금수요 증대, 자동차트레일러,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 등 일부 업종의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됐다. 건설업 대출도 건설 수주, 분양 물량 증가 등으로 2조5000억원 늘어 전분기(1조4000억원)보다 증가세가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만큼 인건비 등 사업 운영에 쓰이는 운전자금 대출액은 2분기 기준 788조6000억원으로 역대 가장 큰 폭인 52조1000억원 늘었다. 시설자금 대출은 17조원 늘어났다. 2014년 4분기(17조1000억원)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대치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에서 45조원 증가했고,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24조1000억원 늘어 모두 증가폭이 전분기보다 확대됐다. 송 팀장은 “3분기에도 이러한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지, 둔화할지 여부는 정책당국의 지원 효과, 산업별 업황 등을 살펴봐야 해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최병욱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