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내년 하반기부터 사전청약을 통해 수도권에 아파트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과천정부청사와 태릉골프장 등 핵심지역을 사전청약 대상지에서 유보하면서 ‘반쪽 사전청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2022년까지 경기 하남 교산지구 등 3기 신도시와 과천지구,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등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공분양 아파트 6만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내년 7∼8월에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 1100가구를 비롯해 남양주 진접2지구 1400가구, 성남 복정1·2지구 1000가구 등이 사전청약 대상이다. 또 9∼10월에는 남양주 왕숙2지구 1500가구와 성남 낙생 800가구, 부천 역곡 800가구 등이, 11∼12월에는 하남 교산 1100가구와 고양 창릉 1600가구, 남양주 왕숙 2400가구, 과천 1800가구 등이 사전청약이 이뤄진다. 오는 2022년에는 상반기에 남양주 왕숙 4000가구, 고양 창릉 2500가구, 안양 인덕원 300가구의 사전청약이 이뤄진다.
서울에서는 내년에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 200가구와 남태령 군부지 300가구, 2022년 하반기에 용산정비창 3000가구의 사전청약이 이뤄진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 8·4 공급대책의 핵심지역으로 꼽혔던 ▲경기 과천시 과천 정부청사 유휴부지(4000가구)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 가구) ▲용산 캠프킴(3100가구) 등이 제외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8·4 공급대책에 포함된 태릉골프장은 2021년 상반기 교통대책 수립 후, 과천청사 부지는 청사 이전계획 수립 후, 캠프킴은 미군반환 후 구체적인 사전청약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교통대책 수립과 청사 이전 등 후속 조치가 우선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해당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는 분석이다. 해당 지역은 사전 협의 과정에서 지자체와 마찰을 빚은 곳들이다. 국토부가 부인했지만, 사전청약 대상지 발표가 당초 7일에서 하루 늦춰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당 지역에서는 2년 앞당겨 공공분양을 확정 짓는 사전청약 대상지로 선정될 경우 사실상 공공택지에서 제외되기가 어렵다며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과천시는 정부과천청사 주택 공급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부(시민 2만 명 참여)를 국토부에 전달했고, 김종천 과천시장은 수차례 성명 발표를 통해 항의했다. 과천 시민들 역시 ‘청사 유휴 부지 주택 건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대책위는 “정부청사 이전 후 자족 기능이 떨어진 과천을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주택 공급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8·4 공급대책에서 가장 규모가 태릉골프장의 경우 교통난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주택 공급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또 마포구도 서부면허시험장과 상암DMC 부지 등에 6200가구가 공급 계획에 반발하고 있고, ‘공공주택 확대’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뿐 아니라 의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추후 사전청약 일정을 다시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지자체들의 거센 반발로 실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충분한 사전 협의 과정 없이 사전청약 등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주택 공급계획에 대한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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