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노동조합은 그간 지속적으로 체육인 권리 신장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으나 체육인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를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 모든 정책 추진에 있어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할 것을 다짐합니다.
다만,이렇게 체육인 인권 신장에 매진하기에도 바쁜 시기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체육계를 흔들어 분열을 조장하고, 그 틈새 이권을 챙기려는 움 직임이 있어 노동조합에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부는 더 이상 (성)폭력 대책 및 인권 향상과는 관계도 없는 대책에 휘둘려 체육계 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체육인 인권보호에 오롯이 집중 해야 합니다.

적어도 정부관계자, 체육과 인권 전문가가 한데 모여 구성된 스포츠혁신위 원회라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시한 체육계 (성)폭력 대책 수립을 위해 각 부처(기재부, 교육부, 행안부, 문체부, 고용부 등), 국가인권위원회, 검경 등이 합동으로 범정부적인 개선 논의와 대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장치가 작동 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옳을 것입니다.

체육계 곳곳의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서 지금 체육계의 문제는 ‘비정상적인 공교육과 입시제도’, ‘비정규직 체육인 양산’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기저 문제에서 기인했음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및 정치권의 인식변화와 근본적인 개혁 방안도 함께 제시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KOC를 대한체육회로부터 분리하고, 소년체전은 학교체육진흥회로, 국가대표 등 우수선수 경기력 제고 업무는 스포츠정책과학원으로 이양하라고 하는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는 납득도 안되고, 그저 이 상황을 틈타 잿밥을 챙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오히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1년 전에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의 정원을 사전 감축하여 인권보호 업무가 중단되도록 방조하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진정과 관련한 감사에서 이를 지적 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정부는 이런 엄중한 시기에 탁상행정으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체육인 인권보호에서 손을 놓았습니다.

정작 스포츠 윤리센터로 이관되는 인권사업비에서 인건비를 지급 받던 무기계약직 신분인 인권상담사들은 임금도 열악한데, 정원 감축에도 가중되는 업무를 고스란히 떠안고, 사업폐지로 신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이들이 고용해지에 대한 불안에 떨며 노동조합에 신분보장을 요청하고, 일부는 퇴직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런데도 정부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신설된 지금도 대한체육회에 인권상담 및 신고 업무 지원을 하라고 합니다.

대한체육회는 작년 체육계 (성)폭력 사태가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스포츠 인권 향상을 위해 전국에 권역별 인권센터가 필요하며,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였지만, 스포츠윤리 센터와 같은 예산, 인력, 권한 등의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둘째, 정부의 체육정책이 인권중심으로 집약될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 조직을 분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명분 없고 해묵은 논리! 이제는 접어야 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스포츠강국으로 발전해올 수 있었던 근간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하나의 기관으로서, 국내체육과 국제체육 간 이원화에 따른 행정소모나 파열음 없이 유기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체육계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정치권과 함께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단체 이원화에 따른 문제와 불협화음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통합 대한체육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런데 불과 4년도 안되어 통합에 따른 효과 등 검증도 없이 대한체육회가 전문체육에만 치중하고 인권을 등한시한다며 다시분할하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예산과 인력에서 정부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입니다. 정부가 예산과 인원을 전문체육에 배정하면 배정한 만큼, 인권 사업에 지원하면 지원한 만큼 해당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뿐입니다.

대한체육회가 특정 정책에 미흡했고 실패했다면 이는 정부정책이 미흡 했고 실패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체육계를 흔들어 틈새이권을 챙기려는 세력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 있게 진정성을 갖고 체 육인들과 소통하여 정책을 추진해 주기 바랍니다.

셋째, 차기 대한체육회장으로 출마할 예비후보자들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일부 정치권과 정부가 해묵고 명분 없는 논리로 체육계 사분오열을 조장 하는 행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대한체육회장이 되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끝으로, 체육계 인권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故 최숙현 선수에 대해 체육계 일원으로서 다시 한 번 사죄드리며, 고인의 가족에게도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대한체육회노동조합과 임직원은 국민과 체육인을 섬기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0년 9월 10일
                             대한체육회노동조합

정석철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