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傳貰大亂)에 이어 월세대란(月貰大亂)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가 씨가 말랐다. 7월 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기점으로 서울의 경우 전세매물이-53,1%, 경기-37.7%, 부산 -35.1% 등 대폭 줄었다. 그 많던 전세 물건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가장 큰 문제는 사글세(월세)에서 단칸방 전세로 그리고 아파트 전세, 최종적으로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23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은 최고치를 찍었고 전·월세대란이 일어났다. 무차별적인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역대정부에서도 시장 원리를 무시한 대책은 번번이 실패했다. 매물이 나오도록 물꼬를 터 줘야 시장이 안정된다.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두더지 잡기 식 대책 난발에 따른 피로감이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차라리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안정화 시킬 수 있을까. 첫째, 획기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공급을 외면한 수요억제의 일관된 규제대책을 공급정책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160만 7000가구의 등록임대주택이 일반에 매각되게 유도하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넘어갈 수 있다. 다주택자 물량이 나오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산층도 선호할 수 있게 공공임대주택의 평형도 넓히고 입주 자격도 중위소득으로 완화해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존 대책 방향을 수정해야 묘책이 나올 수 있다.

둘째, 사전 청약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며 3기 신도시나 일반 분양 청약을 위해 특정지역으로 전·월세 수요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로또 청약 열풍으로 전·월세난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혁신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셋째, 표준임대료와 전·월세상한제를 신규 계약에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공급 감소와 민간 임대차 시장의 붕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표준임대료 도입에 앞서 임대주택·임대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월세 단일 시장인 해외는 표준임대료 적용이 비교적 용이했지만 우리나라는 전·월세로 양분되어 있고 동일한 아파트 단지라도 시세가 천차만별이라 일괄 적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에서도 제도가 정착하는 데까지 20년이 걸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준비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넷째, 월세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전세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전세는 고도성장과 고금리 시대에 맞는 주택 임대차 유형이었다. 시대는 바뀌었다.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국 전세 물건 상당수는 저금리·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반전세로 바뀌어 가고 있다. 월세 증가 추세를 받아들이고 세액공제를 확대해 실질적인 혜택을 늘려야 한다. 지금은 소득이 연 7000만 원 이하일 때 월세 1년 치의 10%(최대 75만원), 소득이 5500만 원 이하일 때 12%(최대 90만원)을 공제해 준다. 공제율 확대가 필요하다. 저소득층에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해 주거비를 간접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월세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집주인과 세입자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전세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전세확정일자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전액 보장하고 이사 나갈 때 전세보증금을 즉시 돌려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전세확정일자를 받으면 전세보증금이 전액 보장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집주인이 전세 대금을 올렸으니 나갈 때는 바로 내어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전세금을 올리면 바로 부담이 된다고 인식하게 된다.

여섯째, AI 통계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 통계와 민간업체가 내놓는 통계가 차이가 난다.
국민이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현장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평균 지수식 집계 방식은 놓치는 게 많다. 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해도 같은 지역의 다른 아파트가 안 오르면 평균가는 그대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선두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줄줄이 따라 오른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일곱째, 부동산 대책을 입안할 때는 정책의 수요 계층과 피해 계층을 파악하고 부작용을 어떻게 줄인 것인지 등을 사전에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거나, 재건축 아파트 등에 실거주 요건을 둔 것도 전세가 줄어드는 부작용이다. 규제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을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8월부터 다주택자·법인의 취득세율을 8~12%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공시지가 1억 원 이하 주택은 중과세율을 적용 받지 않아 마구 거래되며 가격이 폭등했다. 결국 서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

여덟째, 전월세신고제를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 임대차 2법 시행으로 갱신계약은 임대료 상승폭이 5% 이내로 제한되지만 통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돼야 모든 임대차 계약에 신고 의무가 부여돼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있다. 표준임대료 도입도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돼야 가능하다. 올 년 말까지 전·월세 신고 시스템을 개발 완료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 AI 시대에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10개월(내년 6월)은 너무 늘려 잡았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이 행복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택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누구나 집 걱정 없는 세상이 되도록 장기적으로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한정된 토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주택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은 안정적인 주거를 원한다. 주거 문제 해결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로 인해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이념을 떠나 국민의 편안한 주거 삶을 위한 정책 입법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번 전세대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무주택자에게 지속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국민들로부터 환영받는 주택정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박정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컴퓨터SW학부. 공인중개사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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