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인류사를 두고 보면 설사 일국에서 장관 총리 국회의원 등의 벼슬을 했다 해도 그까짓 것 ‘조족지혈’ 새의 가느다란 발에서 나오는 피와 다르지 않게 하찮다.
서울역광장과 역 대합실이 자기에게는 지상낙원이라 말하는 50대 한 노숙자는 그 동안 조금 더 가지려고 조금 더 오르려고 주변 사람들과 다퉈가며 살았던 것들이 더 없이 후회스럽다며 그런 욕심을 버리고 나니 부러운 것 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마음씨 고운 사람이 한 푼 건네주고 빵 하나, 밥 한 끼 먹여주면 그 것 배불리 먹고 고맙다며 마음속으로 덕택에 오늘도 행복합니다. 복 받고 잘 사세요 그리고 먼 훗날 천당 가세요 그렇게 답례하며 이렇게 지내는 행복 저에게는 지상낙원입니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이 마음이 곧 지상낙원 아니겠습니까?
사업한답시고 가족 먹여 살리겠다고 밤낮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허리 띠 졸라매며 살았던 지난 그 세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지옥이었습니다.
그런 가족들 걱정 되지 않느냐 묻자. 어차피 사는 것 제몫, 자기 자신의 몫, 아니겠습니까. 나름 저처럼 행복한 길 찾아 살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자리를 떴다. 서울만 해도 파고다공원, 종로3가 지하철역.
서울역 등을 유일한 보금자리로 삼아 살고 있는 노숙자 그들이 결코 적지 않다. 노숙자들을 보며 육신 멀쩡하면서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못된 사람 취급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들 노숙자에게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티베트의 달라이라마는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 까지 정신 및 육체적 고통, 변화의 고통,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 고통을 겪는다며 고통을 야기하는 근원은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본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을 두고 욕심 탐욕을 갖는 인간의 잘 못된 심리를 직시했다. 
서울역광장의 한 노숙자가 했던 말, 조금 더 가지려고, 조금 더 오르려고 했던 욕심을 버리고 이렇게 노숙을 하며 사는 자신에게는 지상낙원이라 했다. 지내놓고 생각해 보니 그 때 가져 보았던 재물 누려 보았던 권력 그것 모두가 조족지혈이었다는 그리고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그가 한 그 말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요즘 그들 다수 위정자들 하찮은 권력, 비눗방울 같은 재물 보다 멀리 보면 조족지혈, 그까짓 것 때문에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양심 정의감, 공정, 신의 그런것들 헌 신발 버리듯 버리는데 어리석은 짓이다. 벼슬 그까짓 것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다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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