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아이엠히어’는 해시태그에서 알 수 있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소재로 한다. 나이와 국적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SNS 시대를 고찰하며 진정한 관계 맺기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프랑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스테판’. 장성한 두 아들과 전처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SNS를 통해 알게 된 ‘수’(SOO)와 일상을 공유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수는 그렇게 무기력한 삶 속에서 인생의 자극점이 되고, 스테판은 “서울에서 벚꽃을 같이 보면 좋을 텐데”라는 한 마디에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들뜬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스테판. 그러나 공항에서 만나자고 답한 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연락도 더 이상 없다. 스테판은 수를 기다리기 위해 SNS에 게시물과 함께 그녀를 해시태그하며 기약 없는 공항 라이프를 시작한다.
영화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모른 채 오직 ‘수’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국 땅을 밟은 ‘스테판’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둘은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스테판은 수의 이름도 사는 곳도 뭐 하나 아는 것이 없다.
유일한 흔적은 수가 과거에 보낸 직장 사진이다. 스테판은 인스타그램 속 사진으로 그를 찾아가고 회사 로비에서 퇴근하는 수와 마주친다. 반가워할 줄 알았던 수는 진짜 한국에 올지 몰랐다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눈치가 없다”고 질책한다. 그러면서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다”고 담담하게 건넨다.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세상과 교류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극에 녹여낸 점이 돋보인다.
극 중 SNS는 스테판과 수의 인연을 맺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하고, 스테판이 약속된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수에게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창이 되기도 한다. ‘#IAMHERE’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스테판이 예상치 못하게 인싸가 되는 모습은 극의 재미를 더하는 장치로 유쾌함을 전한다.
다만 스테판이 공항을 벗어난 후 보여주는 서울 여행기는 심심하고 지루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계절감을 보여주는 청계천, 서울 도심 속 전통과 높은 빌딩 숲이 조화로운 광화문, 삶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광장시장,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종로의 골목길 등이 이어지지만 극 전개와는 무관해 관광공사의 홍보영상 느낌마저 든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 알랭 샤바와 배두나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배두나의 분량은 생각보다 적다. 첫 유럽 진출작인 이 영화에서 배두나는 유창한 불어 실력을 선보인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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