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br>수의사·동물학박사<br>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코로나19 사태가 해를 넘겨 이어지며 ‘사회적 거리 두기’도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낯선 사람은 물론 가까운 사람과 만나는 것도 피해야 하는 시간이 끝도 없이 지속하자 우울김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가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코로나 블루 이전에 집에 갇혀 지내야 하는 답답함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실제 필자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 필동 ‘애견종합병원’에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뒤 새롭게 입양한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예방접종을 해주기 위해 찾은 반려인이 아주 많았다.
이런 경향은 반려동물 선진국이자 한국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미국에서 더욱더 뚜렷해 ‘팬더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그런 존재로서 반려동물 가치가 재인식된다면 수의사로서 반갑고 장려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처럼 급증한 반려동물들이 시간이 흘러도 반려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올해 국내에도 보급될 백신의 힘에 의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어찌 될까? 정말 좋은 일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여행을 한 번 예측해 보자. 지난해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국경이 사실상 막히면서 많은 국민이 해외여행에 굶주린 상황이 됐다.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진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 이상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때 어쩌면 가장 큰 걸림돌이 반려동물이 될지도 모른다.
반대로 코로나19 사태가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더욱더 악화하고, 이로 인해 경제 불황이 지속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고도 싶지 않은 일이지만, 한 번 가정해보자.
수입이 급감하거나 직장에서 내몰린 반려인이 반려동물에게 지속해서 사랑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반려견(당시 반려묘는 많지 않았음)이 하루아침에 유기견으로 전락했던 사태를 경험했다.
팬더믹 퍼피 중 적잖은 수가 충동적으로 입양된 것인데 그 위험성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입증됐다. 약 10년 전 일어난 ‘상근이 사태’가 대표적이다.
‘상근이’라는 그레이트 피레니즈가 국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한 뒤 인기가 치솟았다. 이후 그레이트 피레니즈 강아지가 여기저기 많이 입양됐으나 이내 초대형 견종의 한계를 드러내며 파양이 속출한 일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일단 그 반려동물의 특성, 사육 환경, 반려인과의 케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내다봐야 한다.
강아지 때는 초대형 견종도 아파트나 빌라에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성장하면 방 하나를 내줄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은 성장 속도도 무척 빠르다. 
소형견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시추, 페키니즈, 치와와, 토이푸들 같은 애완 목적으로 개량된 초소형 견종은 집안에서 뛰어다니는 것으로 크게 운동 부족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인기 높은 장모 닥스훈트, 웰시 코기, 폭스테리어 등 소형 견종은 운동이 정말 필요하다 이들은 사냥견으로 들과 산을 누비다 애완견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려묘는 반려견보다 그런 면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반려견과 성격이 많이 달라 ‘초보 집사’의 경우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역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가족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충동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조금 더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해야 한다.
선택하는 사람에겐 찰나의 행복일 수도 있는 것이 선택된 반려동물에게는 평생의 고통이 될지도 모르는 탓이다.
국내 등록 반려견 수가 2019년 209만2100여 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이 이어지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고, 반려동물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만큼 필자는 국내 반려견 수가 아제 500만 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급속한 반려견 증가도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반려 문화’ ‘펫티켓’(펫+에티켓)은 여전히 낙후한 상태에서 반려견 수만 늘어나면서 비반려인은 물론 다른 반려인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 탓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 ‘맹견’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스피츠를 공격해 죽이고, 반려견을 지키려던 견주까지 다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검찰이 지난해 12월 로트와일러 견주를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로트와일러는 과거에도 다른 반려견을 공격해 죽게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트와일러는 독일의 군견, 경찰견이다. 암살을 두려워한 나치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년~1945)가 침실 경호를 맡긴 개로 유명하다. 영리하고 충성심이 높다. 동시에 몸집이 큰 데다 힘이 아주 세고, 아주 사납다. 키울 때 반드시 복종 훈련을 시켜야 한다. 운동 등을 위해 외출할 때는 물론 집에서도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로트와일러와 70~80년대 어린이를 물어 죽이는 일이 빈발했던 도사견, ‘투견’으로 유명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혼종)을 ‘맹견’으로 규정했다.
맹견은 외출할 때는 반드시 목줄, 입마개 등을 착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2월12일부터는 ‘맹견 보험’ 가입이 의무화한다. 
문제는 맹견만 주의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려견 붐을 타고 국내에 새롭게 도입되는 견종도 점점 많아지는데 그중에는 5대 맹견 못잖게 위험한 견종도 적잖기 때문이다.
2017년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의 프렌치 불독, 지난해 개그맨 김민교씨의 벨지안 쉽독 등은 모두 맹견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두 사람을 공격해 숨지게 했다. 벨지안 쉽독은 유럽에서 경찰견으로 쓰이는 중대형 견종이라고 해도 프렌치 불독은 귀엽기로 소문난 소형 견종인 데도 그랬다.
이를 보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보다”세상에 안심할 수 있는 개는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초대형견이든, 초소형견이든 개가 낯선 개나 모르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내재한 본능이다. 수만 년 동안 사람 곁에서 살아왔으나 개는 사람이 아니다. 개에게 도덕을 일깨울 수도, 법을 가르칠 수도 없다. 사람도 잘못을 범하고, 죄를 짓는데 개를 어떻게 탓하겠는가?
자신의 반려견이 어떤 성격이고, 어느 성향인지는 반려인이 가장 잘 안다. 아니 가장 잘 알아야 한다.
반려견이 공격적이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이 무서워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반려인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다. 초소형 견종도 외출할 때 입마개를 자발적으로 해주고, 엘리베이터에서는 품에 안는 등 다른 개나 사람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집이라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실내에서 키운다면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도록 문 앞에 펜스를 치자. 실외에서 중대형 견종을 키운다면 일정한 사육장은 필수다. 그렇게 노력해야 반려견을 가족으로 들일 자격이 비로소 생긴다. 도덕, 법을 반려견은 모른다고 해도 반려인은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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