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부각하는 여론전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거대 여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조기 편성을 밀어붙인다면‘선거용 돈풀기’라는 비판 외엔 막을 명분도, 102석의 의석수로는 현실적으로 저지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키포인트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 역시 후보들 부동산 정책이 이름만 다를 뿐 엇비슷한 데다‘던지기식’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어 부동산 심판론이 야당 지지세로 옮아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국민의힘으로서는‘정책’보다는‘여론’에 기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 대한 부정적 민심 코드는 중 하나는‘도덕성’으로,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의 원인이 된 전직 지방자치단체장들 성비위,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으로 재소환된‘블랙리스트’의혹 등 3대 카드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가 전 지자체장들의 성 비위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민주당은 공천할 자격조차 되지 않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무공천’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데다, 거기에 후보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맹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글이 국민의힘에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

우 후보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면서“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침묵을 지키던 우상호 후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박원순 시장을 동지라 한다”면서“인권위에서도 성추행을 인정한 박 전 시장의 뜻을 같이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박 전 시장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나오려면 예비후보로서 피해자와 천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현재로선 각 후보들의 발언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향후 최종 후보자가 정해지고 본격 유세전이 시작되면 고(故)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재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 및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에선‘희색’마저 읽힌다.

국민의힘은 김 대볍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기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봉에 서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진두지휘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평소 경제와 민생 외에 정치 현안에 대한 강성 발언은 자제해 온 편이다.

그런 그가 평소 잘 쓰지 않는 페이스북 글까지 동원하며 로비스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손자이기도 한 탓에 이 사안에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김명수 대법원장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승만 정부 시절에도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향해‘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사법부 수장다운 강기를 보였다”며“지금의 대법원장은 어떻나. 입법부의 로비스트가 돼 이른바‘탄핵 거래’를 하고 국민에게 수차례 거짓말을 일삼고, 그것이 들통났는데도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주 원내대표 지휘 아래 102명 전원이 대법원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청와대 앞에서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의원 전원이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에는 국민의힘 각 지역구 시도위원장, 당원협의회 위원장, 시군구 의원 등이‘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대국민 선전전을 벌였다.

주 원내대표는 설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국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몰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초 직권 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김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판사탄핵거래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기현 의원과 정점식 법률지원단장이 고발장에 담을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오는 17일 대법원의 법사위 업무보고에 김 대법원장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이른바‘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다시 한 번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 점도 국민의힘으로선 호재다. 김 전 장관은 현 정부 첫 장관 출신의 구속 사례로 기록됐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한 인물들을 산하 기관 임원으로 앉히려고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에게 부당하게 사표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정치권에선 공공기관에 포진한 이른바‘친문 낙하산’채용 과정 전반이 임기말 문재인 정권의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1심에서 재판부가 낙하산 인사의 위법성을 인정한 만큼, 국민의힘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비판해온‘블랙리스트’를 역으로 활용해 이번 사건을 ‘또다른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내로남불’프레임으로 정부의 도덕성을 질타하고 나섰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며“대통령은 대국민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법원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전 장관에 실형을 선고했다.‘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해 달라던 청와대는 이제 뭐라 답할 것인가”라면서“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도“임기가 남은 기관장의 사표를 강요하고 표적 감사를 해서 찍어내는 것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이 블랙리스트인가”라며“이 정권이 얼마나 더 뻔뻔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이번 판결에 대해 청와대가 적법한 사유와 절차를 강조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관행처럼 되풀이됐다는 점을 내세우며 적극 대응하고 나서자 김 대법원장까지 엮어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배준영 대변인은“대법원장도 수하에 두고 사법개혁에 매진하는 청와대니 일선 판사의 판결을 전면 무시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냐”면서“법관 탄핵으로 적당한 으름장을 놨으니 법관이 더 만만해 보이는가”라고 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청와대의 주장대로라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환경부 외에 다른 부처에서도 낙하산 인사 관련 추가 블랙리스트 존재를 파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국민의당이‘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청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만간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국민의힘도 이에 공조할 가능성이 높다.

김유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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