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공직자 갑질을 막는다고 만든 관련 조례에 정작 도의원은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다. 내부적으로 눈감아 넘겨온 도의원의 갑질에 의원들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9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가 제정한 ‘경기도 갑질 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는 지난해 3월16일부터 시행됐다.
이 조례는 경기도 공직사회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갑질 행위에 대한 신고·지원센터 운영과 신고자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사항 등을 정해 공직 내·외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대상을 규정하는 해당 조례 제 2조(정의) ‘공무원’에 ‘경기도의회 의원은 제외한다’라는 부분이다. 지방공무원법 제2조제3항에서는 특수경력직 공무원 가운데 정무직 공무원으로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자’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의원은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조례에 본청, 직속기관, 사업소, 출장소, 의회사무처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뿐 아니라 청원경찰, 청원삼림보호직원까지 포함됐지만 정작 도의원들은 빠졌다.
2019년 9월 입법예고 당시 “’공무원 등’이란 경기도 소속 공무원과 도가 설립한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한 법인의 임직원을 말한다”라고 돼 있었다. 이후 상임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공무원 정의’ 부분이 수정의결되면서 ‘경기도의회 의원은 제외한다’라고 명시했다. 검토보고서나 회의록에도 수정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수정 이유에 대해 해당 상임위원회 관계자는 “공무원 정의가 명확히 돼 있지 않아 도의원을 공무원으로 적용하는 부분이 모호해 수정된 것으로 안다. 도의원의 경우 행동강령 조례가 따로 마련돼 있어 행동강령 조례를 적용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조례안 검토 당시 참고했던 정부의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해당 가이드라인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 적용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공무를 위탁받아 행하는 기관·개인 또는 법인과 공무원으로 의제 적용되는 사람에게도 적용한다고 돼 있다. 지방의회 의원도 적용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고, 지방공무원법상 지방의원도 공무원에 속하기 때문에 해당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에 지방의원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회 의원들의 갑질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해당 조례 제10조2(사적노무 요구 금지), 제10조의3(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 행위의 금지)에는 의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 사적 노무나 직무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요구 등을 하면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행동강령 위반시 의장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서면으로 신고하고, 신고사항이 위반되는지 행동강령 운영 자문위원회에 자문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현재까지 한 차례도 소집된 바 없다.
암묵적으로 의원 갑질을 눈감는 내부 분위기 속에서 신고는커녕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다 보니 공무원들은 의원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내부에선 폭언을 포함한 막말을 일삼거나 직무와 전혀 관계 없는 개인적인 일을 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요주의 인물로 생각되는 몇몇 의원이 있다. 개인적인 일을 시키거나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하소연했다. 
또 “의원들의 요구가 부당한 줄 알면서도 사실상 거부하기 어렵다. 행동강령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돼 있어도 의회 분위기상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도의원들은 수행비서가 따로 없어 의정 관련 일정을 수행할 때 전문위원실 직원들이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집에 모셔다 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무뎌졌고, 익숙하게 하는 일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행동강령 운영 자문위원회의 한 위원은 “지금껏 한 번도 회의가 열리거나 행동강령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 위원회가 열리려면 의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위원회 개최 자체가 어려운, 사실상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문위원으로서 의원행동강령이 잘 지켜지고, 위원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장현국(더불어민주당·수원7) 경기도의회 의장은 “일부에서 불거진 갑질 의혹은 오해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도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이 더 행동을 조심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직사회에서 갑질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문제점을 확인해 개선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했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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