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개 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하자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이 부회장 사면을 둘러싼 입장들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경영계와 종교계 등은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와 청와대 등에 건의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과오가 있더라도 국가에 이바지하는 방식으로 반성하도록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29일 각 단체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 26일 청와대에 건의서를 제출하며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선 기업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역시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의 잘못된 관행은 엄격한 잣대로 꾸짖고 치열한 반성이 있어야함이 마땅하다”면서도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보다 앞선 20일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헌법재판소장 앞으로 제출한 탄원서에서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재용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노동시민단체 측에선 사법제도와 경제범죄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며 사면 논의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9개 단체는 지난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 부회장의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정치적 사안이 아닐 뿐더러 우리 경제와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사면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삼성그룹은 총수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운영되는 구시대적인 조직이 아니므로 이 부회장의 일신과 회사경영은 무관하다”며 “오히려 회삿돈을 횡령해 뇌물을 공여한 불법행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그 외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사면을 실시한다면 사회 정의와 법치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이 부회장의 다른 범죄 혐의인 삼성물산 불법합병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사면논의가 나오는 것은 해당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8일 “오늘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와 사회공헌 등에 관한 발표가 있었는데 상속세 납부는 당연한 일이며 사회공헌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사회헌납 약속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며 “이를 과도하게 이미지 마케팅에 활용해 사면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자신의 SNS에서 “이제라도 백신확보에 비상한 각오로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며
“5월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대동하고 미국으로 가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은 대한민국이 기득권 세력의 특권 공화국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긍정 여론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24~25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9.4%가 ‘사면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면해선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23.2%, ‘잘 모른다’는 응답은 7.4%였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경제 5단체에서 건의한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적도,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면되지 않을 경우 이 부회장은 2022년 7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원민수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