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봉담읍에 사는 이모(67·여)씨는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직장에 다니는 딸이 사는 수원 집을 평일에 오가며 각각 12살, 7살인 손주 2명을 돌봐주고 있다.
큰 손주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학교와 학원을, 여자인 둘째 손주는 어린이집을 다녔다.
딸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이 씨가 시내버스를 타고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손주들의 아침 식사를 챙기고 학교와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다.
큰 손주는 9시 등교에 맞춰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면 간식을 먹고 곧장 영어와 수학학원 2곳을 간다. 주중 하루는 영어와 수학학원이 끝나면 저녁에 축구교실도 갔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둘째 손주는 이 씨가 오전 10시까지 어린이집에 직접 등원을 시켰다.
이후 오후 4시에 둘째 손주가 하원할 때까지 큰 손주가 잠깐 학원을 가기 위해 집에 들르는 때를 빼고 남은 시간은 이 씨가 자유롭게 썼다. 이 사이에 이 씨는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개인 용무를 보면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그런데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전면 원격수업을 도입하거나 등원을 제한하면서 이 씨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예쁜 손주들이지만 직접 가정에서 보살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큰 손주가 작은 방에서 원격수업을 들을 때는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거실에 혼자 앉아있을 때가 많다.
손주가 학교에 갔을 때는 점심시간에 영양교사가 식단을 고려해 배식하는 급식을 먹었지만, 원격수업이 이뤄지면서 점심식사도 집에서 별도로 챙겨야 했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꼴로 장을 보는 등 식단에도 신경 쓰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둘째 손주까지 챙겨 오후에 다시 원격수업이 재개되기 전까지 같이 점심 밥을 먹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모든 수업을 마친 큰 손주가 학원을 가면 이 씨는 그때부터 텔레비전이라도 켜놓고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이 사이에도 둘째 간식을 챙기거나 함께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이 씨는 “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애들을 두 명이나 돌본다는 게 체력도 부족하고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면서 “어린 손주들만 집에 두는 것도 불안하기 때문에 딸 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부가 공개한 원격수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 기준 수도권 유치원·학교 7768개교 중 7142개교(91.9%)가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371개교(4.8%)만이 밀집도를 조정해 등교했으며, 255개교(3.3%)는 방학이다.
이번에 진행하는 원격수업은 지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 격상을 결정하면서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전면 원격수업 시행에 따른 조치다.
화성 = 김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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