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1500m 시상대에 올랐던 김민석(23·성남시청)은 두 대회 연속 동메달로 활짝 웃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김민석에 앞서 링크를 돈 이가 있다.
김민석의 오랜 친구인 박성현(23·한국체대)이다.
박성현은 전체 15조 중 3조에서 경기를 치렀다. 35세의 베테랑 루슬란 자카로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조를 이룬 박성현은 1분47초59로 레이스를 마쳤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박성현은 올림픽 출전 선수가 아니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위해 쉴 새 없이 달렸지만 1500m 월드컵 랭킹이 46위로 좋지 않았다. 엔트리 탈락이었다.
박성현은 “내가 외국에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그 친구들이 나한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추가 쿼터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줬다. ‘내가 갈 수 있는게 확실하냐’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빙상연맹측으로부터 국제연맹 규정이 바뀌어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떠올렸다.
실망스러웠지만, 완전히 내려놓진 않았다. ‘혹시’라는 기대감은 늘 품고 지냈다.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도 지속했다.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얻었다는 뉴스를 접한 것도 한창 땀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박성현은 “러닝머신을 뛰고 있었는데 코치 선생님이 1500m 엔트리 한 장이 확보됐다고 하셨다. 듣자마자 ‘드디어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좋았다”고 웃었다.
막차를 탄 선수의 생애 첫 올림픽 레이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최고 기록(1분45초34)에는 못 미쳤지만 28명 중 21위를 차지했다.
“생각보다 기록은 안 나왔지만 월드컵 때 나를 이겼던 선수들, 2~3초씩 빨랐던 선수들보다 앞서기도 했다”는 박성현은 “올림픽은 모든 운동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이다. 그래서 긴장이 좀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처음 치른 올림픽은 박성현에게 더 큰 꿈을 꾸게 했다.
박성현은 “어떤 종목을 더 잘 준비해야하고, 어떤 운동을 해야할지 알게 된 올림픽인 것 같다”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지금보다 열심히 준비하면 나도 다음에는 메달권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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