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영작가,  나에게로 물들다

작은 크기의 시집에 담긴 무한한 리듬의 노래

향기가 나는 시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작은 핸드백 속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시집 속에 담긴 독특한 리듬은 은은하게 풍기는 향수처럼 향기롭다. 시인의 리듬감은 반복되는 구절을 통해 형성되는데, 손목에 뿌려 둔 향수가 동맥이 뛸 때마다 향을 내는 것처럼, 손목 위에 엮어 둔 토끼풀꽃 팔찌가 맥이 뛸 때마다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것처럼 일정한 울림을 준다.
시인의 일상 속 감정들을 엮어 낸 이 시집은 크기는 작지만 그 내용은 깊어 곱씹어 볼수록 맛이 우러난다. 격언과 같은 짧은 문구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진리를 담고 있으며, 짙게 표시된 행에서는 시각화를 통한 생생함마저 느껴진다.
때로는 절망에, 때로는 우울함에 침식되다가도 시인은 어느덧 한발 가까이 다가온 봄의 향기처럼 삶의 따스함에 이끌리고 자신의 삶을 묵묵히 개척해 나간다. 이 시집에 담겨 있는 은은한 향기는 이처럼 담담한 시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작은 크기의 책은 가볍고 손에 쥐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어디든 함께하기 좋다. 시집의 내용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때로는 공감을 통해, 때로는 이해를 통해 시인과 소통하며 세상의 향기를 더 깊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진

사진은
슬픔보다는
행복을 기억해 준다

우리는 대부분
축복과 행복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슬픈 날에도
너도 나도
웃고 있다

돌아갈 수 없지만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30쪽, 「사진」전문)

 

포기

나의 삶은 바다이면 좋겠다
바다의 끝은 끝나지 않으니깐

수평선처럼 아무리 가도 똑같으니
우리의 삶도 포기하지 마라

파도처럼 거세게 몰아칠 때도 있지만
편안하게 물결이 잔잔할 때도 있으니 (54쪽, 「포기」전문)

단 한 사람이

단 한 사람이
나에게로 스며들었을 때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감정을

나는 안다
얼마나 크게 다가왔는지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 (88쪽, 「단 한 사람이」부분)

오소영작가
오소영작가

 

오소영

오 늘도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소 리 지르고 싶어도 못 지르는 날 그런 숨 막히는 날이 있지 않아?
영 원히 그런 날이 안 올 것 같지만 웃기게도, 그런 날이 올 거다 우리 같이 소리 지르는 날까지 열심히 달려 볼까? 오늘도 수고 많았으니 편히 자도 돼 (117쪽, 「오소영」전문)

오소영작가의 작은 핸드백 속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시집 속에 담긴 독특한 리듬은 은은하게 풍기는 향수처럼 향기롭다.시인의 리듬감은 반복되는 구절을 통해 형성되는데,손목에 뿌려 둔 향수가 동맥이 뛸 때마다 향을 내는 것처럼 일정한 울림을 준다.이 책에서 오소영작가의 은은한 향기가 들려오는 거 같다.

정석철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