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둘러싸고 송환된 어민들의 정체까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점만큼은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으나, 여권을 중심으로 이들이 실제로는 범죄자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수사에도 새로운 국면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이 북송된 탈북 어민들이 범죄자가 아닌 ‘탈북 브로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이들의 정체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한기호 위원장은 2019년 강제 북송한 탈북 어민 2명이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16명을 살해했다는 문재인 정부 발표가 허위라면서, 이들이 사실은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돕던 탈북 브로커라고 주장했다.
그는 TF 측이 섭외한 탈북민 등의 증언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당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들을 ‘흉악범’이라고 공개한 것은 북송을 위한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발표 직후 야권은 “여당이 확실하지 않은 ‘카더라’를 인용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탈북브로커라 주장한다”고 반발했지만, 탈북민들의 주장까지 잇따르며 여야간 공방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역시 탈북 어민들의 범죄 여부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만일 검찰 수사를 통해 이들이 흉악범이 아니었거나, 흉악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과가 나올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이들의 북송을 결정한 배경으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란 사실을 들어 귀순 의향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었고, 귀순보다 도피 의사가 컸던 만큼 국내 사법 체계에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주된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 범죄자의 경우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북한주민이탈법을 북송 근거로 들었는데, 이를 결정한 범죄사실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당시 정부가 통상의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과 수일 만에 북송을 서둘러 결정했음에도, 이들이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북송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여론이 컸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바뀔 경우 북송을 결정한 전제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만큼 논란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안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찰이 (흉악범인지 여부를) 수사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고 굉장히 중요한 팩트”라며 “흉악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전 정권에서 제시한 주장은 전제가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애초에 탈북이란 목적이 있었느냐가 핵심 사안이 될 것”이라며 “말 그대로 탈북자이면서 살인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전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의 실제 신분을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의견도 나온다. 
현재 탈북민 사회에서 각종 전언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당 내부에서도 신빙성 논란이 있는 만큼 사실관계 확인에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진실규명 촉구’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 시점에서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공안 당국 발표 시점을 보면 살인은 한 것으로 자료가 돼 있다”며 북송된 어민들의 살인 여부보다는 북송 과정의 정당성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태 의원은 당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합동신문 자료에 그들이 ‘살인을 했다’ 이 자백 진술은 한 것 같다”며 “아무리 사건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한다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 죽였다고 자백할 사람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어민들의 실제 신분을 밝히는 것과 함께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여부, 탈북민에 대한 관련 법리 적용, 문재인 정부 안보 진용 고위급 인사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등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가 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진정성을 갖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최근 공개되는 사진·영상 자료에는 이들이 북송에 저항하는 모습이 담겨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이들은 “배를 버리고 한국에 살겠다”는 등 귀순 의사가 담긴 자필 서류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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