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길고, 짧은 시
 
공광복
 

세상에서 가장 긴 시를 쓰기 위해
나는 수레가 되고, 나를 싣고
허리 기역자 구부려 수레를 끌고
가장 긴 길로 들어서고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쓰기 위해
길 끝 도착하면, 팻말 아래
나를 짐 부리듯 서둘러 내려놓고
바람 한 줄기로 흩날릴 거다
 
시는 삶을 그려내기다. 어떤 시를 쓰든 삶을 벗어날 수 없으며 삶이 깃들이지 않은 시는 시가 아니다. 이상의 오감도에 나오는 ‘아해가 무서워하오’ 등의 난해한 시도 전부가 삶에서 얻는 결과물이다. 또한 지나간 삶이든 미래의 삶이든 어떻게든 결부시켜야 하나의 작품이 되고 예술이라고 칭한다. 이태백의 한시는 전부가 자연을 노래한 것 같아도 모두가 삶을 자연에 비유하여 풀어낸 삶의 이야기다. 거기에는 슬픔과 기쁨, 환희와 고뇌의 고백이 있고 인생이 어떻게 살아야 진실한 삶인가를 노래한다. 따라서 사람이 쓰고 사람이 읽는 시를 하늘의 작품으로 포장하는 것은 허망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공광복 시인은 가장 오래 살고 싶어서 삶의 이야기를 길게 쓰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여 보니 짧게 살아도 굵은 삶이라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짧은 시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시를 써도 어렵다. 수레가 되어 짐을 나르며 모진 고생을 해도 그렇고 그런 시가 나오며 길 끝에 도착하여 짐을 부리듯 자신을 부려도 굵고 짧은 시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써도 바람 한 줄기로 흩날릴 뿐이다. 그렇다. 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혼합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에서 얻어지므로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느껴야 하는 것에 따라 독자층을 형성한다. 그래서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남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길게 쓰나 짧게 쓰나 진정한 삶의 노래가 독자를 만든다.   -[이오장]

부천=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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