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만났더니 곧 떠난다면서 또 만날 기약하기 어렵다며 지금 할 말 있으면 다 하라면서 넌 이곳에 있을 건지 사바 세계 줄타기 계속할 건지 강 건너 어느 언덕 발 붙힐 곳 있는지 진지하게 물었다. 참으로 나는 소이부답 심자한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벚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폭발하는 슬픔을 달래 보려고 시를 지어 보았다.

 

☆벚꽃 1

찬바람 눈보라 칠 때

죽지 못해 살았고

화마가 생가를 태워도

목 놓아 울지 못했다

갑자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분홍빛 찬란한 화장을 하고

온 몸에 수백만게 별을 달았네

흰구름을 피우며 환호하다니

한겨울 시꺼먼 알몸이였던

너는 어디서 왔는가.

무당이 신들려 춤을 추고

감옥을 탈출해 밀고 나오네

일제히 수백만개의 깃발을 들고

천지개벽 독립만세 외치며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이 화려하고 찬란한 행진은

어느 거리를 지나고

어느 다리를 건너고

어느 궁전에 당도한단 말이오

☆벚꽃 2

봄이

입장합니다.

산을 넘어 강을 건너

승전고를 울리며

화려한 마차를 타고

봄이

등극합니다.

매화와 목련이 파발을 띄우고

살구꽃 복숭아꽃이 북를 치며

개나리 진달래가 징을 울리고

벚꽃이 수천만발의 축포를 쏜다.

봄이

손을 흔듭니다.

산야의 온 생명이 부르짓는다

황제를 호위하고 가는 군대처럼

벚꽃은 꽃잎을 뿌리며

지축을 흔드는 군악을 울린다.

봄이

퇴장합니다

벚꽃은 환송의 깃발을 날리고

모든 꽃은 손을 흔든다

초목은 녹색으로

봄이 떠난 무대를 정리한다

☆벚꽃 3

고목에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늙은이의 사랑이

더 멋있다

한꺼번에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짧은 사랑이

더 화려하다

일시에

지는 꽃이

더 아름답다

빠른 이별이

더 찬란하다.

벚꽃처럼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싶다

☆벚꽃 4

벚꽃

꽃구름

굴 속으로

처음엔

혼자서 걸었다

외롭지만

꿈을 꾸며 걸었다

다음엔

둘이서 지나갔다

꽃 굴이

찬란한

사랑의 무대였다

얼마 후엔

다섯명이

손을 잡고 통과했다

꽃길이

복잡한

놀이터가 되었다

나중에는

혼자서

추억에 잠기며

벚나무 고목이

벗이 되자고 하였다

너무나

아름다워 슬프고

화려해 외롭다

피었다가 떨어지니 눈물이 나고

혼자와서 혼자 가니 고독하다

꽃 굴에는 나그네 뿐이다

벚꽃 5

벚꽃 앞에 서니

내가 꽃이 아닌

고목인 것을 알았다.

벚꽃나무 고목을 보고

나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다.

벚꽃 군락지에서

뭉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많은 사람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깨닫게 되었다.

벚꽃 6

벚꽃이 만개했다

장렬하게 지듯이

인생도 황금기가 있고

황혼기가 있다

해가 파도를

두려워 하지않고 뜨고

구름을

미워하지 않고

지듯이

벚꽃도

비바람 원망하지 않고

초연하게

당당하게 피었다 진다.

천지를 진동하는

천둥처럼 피었다가

처절하게 떨어지는

벚꽃은

장엄한 자연의 순리다

작시 이 동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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