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신작 ‘닿을 수 있는 세상’(열린책들)이 국내 출간됐다.
전작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로 오랑주 뒤 리브르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한 케랑갈은 이번 소설에서 갓 성인이 된 폴라 카르스트가 실물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는 ‘트롱프뢰유’ 기법을 배우며 한 명의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트롱프뢰유가 그저 기술적 훈련만은 아니라는, 단순한 시각적 체험에 머물지 않는다는, 트롱프뢰유는 사유를 흔들 수 있고 환상의 본질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감각적 체험이라는, 어쩌면 그림의 본질이라는 생각이다”
소설은 예술가로,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폴라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든든한 부모님이 있었다. 장식 미술 학교에 수업료를 지불해 주고, 살림살이를 마련해 주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어 그저 푹 쉬고 싶을 때 기꺼이 공간을 내어 주는 존재다.
그렇게 폴라는 부모와 친구 등을 단단한 지지대 삼아 넘어지면서도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 앞으로 전진한다. 대단한 재능이나 인상적인 업적을 가진 인물이 아닌 폴라를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는 평범해 보이는 우리들의 삶 또한 그처럼 아름답고 찬란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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