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 의혹이 있는 러시아를 비난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개혁은 유엔의 해묵은 과제다. 그러나 우리 정상이 공식 석상에서 ‘안보리 개혁’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늦은 오후 브리핑을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의 입장이 현저하게 대립해 있고 그 안에서도 책임 있는 결정을, 과거에 같이 한 나라가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그 여파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를 시발점으로 안보리 개혁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에 윤 대통령의 ‘안보리 개혁’은 “현재의 안보리가 문제가 많다는 기조의 메시지”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입장은 개혁 논의 방향과 현실성을 고려해 가며 미국 등 주요국과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은 하나 아직 개혁의 방향성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바이든 ‘상임 이사국 확장’ 개혁안…윤, 바이든과 힘 모으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 위주로 구성된 이사국 구성이 변화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졌다. 소다자 체제로 진입한 국제 사회에서 유엔을 향해 식물 기구라는 굴욕적인 별명이 붙으며 개혁을 통해 제대로 된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됐다.
방 안의 코끼리 같았던 안보리 개혁이 다시 대두된 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다.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를 향한 비판은 안보리 개혁론을 본격 점화했다.
지난 19일 유엔총회 일반 토의에서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안보리를 현재 국제사회 상황에 맞춰 개혁하자”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안보리 개혁은 크게, 상임 이사국의 확장,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 문제, 거부권이 없는 비상임 이사국의 확장 등을 골자로 한다.
바이든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포함해 상임 이사국에 의석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5개국인 상임 이사국을 더 늘려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만약 상임 이사국이 늘어난다면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유엔 내부에서 이른바 ‘G4’로 불리는 국가가 진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행사도 주된 개혁안이다. 안보리는 상임 이사국 중 1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모든 결의안이 부결된다. 작년 유엔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논의되어야 한다며 5개 상임 이사국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거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비상임 이사국의 확대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주장해 온 방안이다. 비상임 이사국을 현재 10개에서 더 늘려 상임 이사국을 견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러시아’를 비판한 직후 나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날 말한 안보리 개혁은 상임 이사국의 확대 방안으로도 해석된다.
우리나라가 오랜 기간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확대에 반대한 것을 고려한다면 외교 기조의 전면 전환이다.
상임 이사국이 늘어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는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등이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 2개국이나 포함됐다.
이 때문에 유엔회원국 다수는 G4의 상임 이사국 진출을 반대한다.
이탈리아는 1995년 G4 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를 위한 연맹체인 ‘합의를 위한 연합(UFC)’, 이른바 ‘커피 클럽’을 결성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이에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본의 상임 이사국 진출에 상당한 난색을 보여왔다.
만약 윤 대통령의 안보리 개혁 방향이 상임이사국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곧 ‘커피 클럽’과의 결별 선언이다. 이는 곧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등의 상임 이사국 진출에 대한 찬성 의사로도 해석될 수 있다.
<뉴시스 제공>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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