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공부하고 있는 아이 대답이다. 친구는 그 말 의미도 모르고 잘한다. 네 부모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걸핏하면 훈민정음과 놀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아이구나. 그래 내가 보기에는 네가 답답하게 보이는데?
훈민정음과 놀고 있는 내게 답답하다니? 훈민정음과 논다는 말이 무슨 말인 줄 그것도 모르니 그런 너하고 무슨 이야기를?
뭐 너 놀고 있다며 훈민정음과, 그래 맞아 훈민정음과 논다. 훈민정음이 무엇 하는 아이인데? 그러지 말고 나하고 놀자. 
안 돼. 지금 훈민정음이 재미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단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그래 말해 줄까? 
한강 잠수교 아래 모래위에 젊은 남녀가 알몸을 들어 내놓고 나란히 얼굴을 마주하고 무엇인가 속삭이는 데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단 말이다.
남자 아이가 하자! 우리 어서 빨리 하자고 말하자, 말을 듣고 있던 여자 아이가 너 이제 보니 여자 몸이나 훔치는 도적놈이로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저걸 친구라고 음성꽃동네에서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내가 미쳤지? 미쳤어!
네가 미친 게 아니고 네 그 아름다운 몸매에 내가 미쳤다. 다시 말해 너의 그 아름다운 몸매에 푹 빠져버렸다. 그러니 어떻게 하니?
너 그 예쁜 얼굴이며 날씬한 몸매가 나를 죽여준단 말이다. 그러니 어찌하나 그렇게 말하면서 덥석 껴안는다. 그러자 여자아이가 이러면 안 돼,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다. 그러면서 헉헉되는, 그 부분을 읽는 그 순간 친구가 책을 빼앗아 가버렸다. 
친구야 나하고 함께 놀자며 훈민정음을 빼앗아 가버린 친구가 하는 말이, 친구 이 사람보다 책이 더 좋단 말이지? 책이 밥 먹여 준데, 그래 책이 밥 먹여준다. 밥뿐이냐? 고기도 시원한 음료수도 먹여주고 겨울이면 따뜻한 온돌방도 여름이면 시원한 에어컨도 그게 다 책이 가르쳐 준 지혜로 지식으로 만들어 지는 것 그것도 몰랐단 말이지 너 바보였구나? 
훈민정음보다 더 좋은 친구가 어데 있느냐? 난 누가 뭐라 해도 매일 훈민정음과 함께 놀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돈 버는 방법 수단도, 멀리 있는 친구에게 소식도 전해주고 전해오고, 때로는 길 안내도 한마디로 세상사는 이모저모를 가리켜 주고, 이 세상 어데 훈민정음 같은 그런 친구가 또 있겠느냐? 난 훈민정음처럼 좋은 친구는 못 봤다. 
그런 친구하고 놀면 시간 간 줄도 배가 고픈 줄도 모른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 친구냐? 너도 그 친구하고 놀아 보렴. 너 지금 하는 것 보면 그 어떤 친구보다도 훈민정음 그 친구하고 가까이 해야 할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너 같은 아이에게 훈민정음친구가 필요하단 말이다. 훈민정음은 참 좋은 친구다. 훈민정음만한 친구 이 세상에 없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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