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후한의원 청주점 원장
이지혜 후한의원 청주점 원장

기온이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됐다. 이맘때를 두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사실 가을은 말만 살이 찌는 게 아니라 사람도 같이 살이 찌는 계절이다. 선선한 날씨에 추위를 이겨내고자 식욕은 왕성해지는데 오곡백과가 쏟아져 나오니 살이 쉽게 찌는 것이다. 가을에 식욕이 왕성해지는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식욕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인데 세로토닌은 햇빛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밤이 길어지면 분비량이 줄어들어 식욕이 올라가게 된다.
결국 입맛이 좋다는 건 세로토닌 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변하는 외부 기온에 적응하기 위해 인체는 체지방 축적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가을철에 잔뜩 먹어 체지방을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추위에 대비해야 하고 세로토닌 분비도 줄어들고 추석 명절에 한껏 먹어 위까지 늘려놓았으니 살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가을에 입맛이 없는 것인데 바로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몸무게가 오른 것은 급격하게 많이 찐 것이 아니라면 천천히 관리하면서 정상체중으로 돌아가주면 되지만 입맛이 없다면 문제가 없는 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입맛이 좋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환절기인 가을에 유독 증가하는 질병이 있다. 바로 감기이다. 아침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고 어제와 오늘도 기온차가 달라지는 이 시기에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몸이 지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고 그로 인해 건조한 가을철,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 장벽이 얇아져 계절에 상관없이 늘 피부가 건조하고 각질이 일어나는게 일반적인데, 특히 가을에는 땀과 피지 분비가 줄어들면 피부 표면의 수분량이 줄고 보호막이 얇아져 피부건조증이 더 심해진다. 이런 가을철에는 탕에 몸을 담그는 목욕 대신 10분 이내의 샤워로 대신하고 비누칠도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가을에는 피부뿐 아니라 각막의 수분량도 감소해 안구건조증 또한 생기기 쉬운 계절이다. 눈이 침침하고 모래알이 있는 것과 같은 이물감이 주 증상인데, 적절한 수분 공급이 없다면 각막염이나 결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찬 가을 바람에 직접 닫지 않도록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써도 좋고 평소 건조할때에 자주 깜빡이며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틀어 놓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을철은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지는 계절인데, 감기와 비교를 하자면 감기는 열도 나고 몸도 쑤시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은 호흡기 증상만 있다. 특히 가을철에 시작된 알레르기성 비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겨울내내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아침저녁으로 콧물과 재채기만 좀 난다고 방치하면 부비동염, 흔히 말하는 축농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을 쐬면 비염 증상이 심해지므로 비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보온과 보습이다.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틀어놓는 것이 좋다. 혈자리 중 콧망울 옆에 있는 영향혈이나, 상영향혈을 수시로 지압해주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가을엔 탈모 또한 눈여겨봐야한다. 여름 동안 강한 자외선과 분비물 증가로 두피가 약해진 상태라서 가을에는 일시적으로 탈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을철에 머리가 빠진다면 일시적인 가을철 탈모인지 병리적인 탈모인지 잘 살펴야한다. 
전체적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 정수리, 이마 등 특정 부위만 계속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비어 보인다면 계절성으로 빠지는 휴지기성 탈모가 아니다. 특정 부위가 계속 빠진다면 일시적인 탈모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나 한의원에 방문하여 치료받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을은 갱년기가 심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감성적이게 되는 것을 흔히 가을탄다고 하는데 만약 이유 없이 성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하거나 피곤하고, 자주 우울하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남성도 40대 중반이 넘으면 갱년기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여성도 가을 나기는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여름보다 상열감은 덜해도 손발이 시리고 저리는 증상이 심해지고, 관절이 뻑뻑하고 온몸이 뻐근해진다. 따라서 가을에는 다른 계절보다 영양 섭취 및 운동 등 생활관리에 더 신경쓰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