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 시즌1’ 준우승자로 얼굴을 알린 지 10년. 가수 유성은에게 올해는 큰 변화의 시기다. 오디션에서 코치와 참가자로 만난 가수 백지영의 당시 소속사와 오랜 인연을 마무리하고 새 둥지를 찾았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다시 다음 10년을 시작한다.
새 소속사 티알엔터테인먼트와 첫 호흡을 맞추는 곡은 디지털 싱글 ‘별을 따라가면 네게 닿을 수 있을까(별.따.네)’다. 무려 1년 10개월 만의 신곡이다. 그간 OST, 프로젝트 곡을 선보이긴 했지만 유성은의 디스코그래피를 채울 정식 음원은 꽤 오래 걸렸다. 유성은은 “내가 음악을 쉬거나 육아 휴직한다는 소문도 있더라. OST도 해서 공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름으로 음원을 내는 게 오랜만”이라며 웃었다.
‘별.따.네’는 사랑하는 연인이 둘의 믿음과 희생으로 서로를 지켜낸다는 내용의 사랑 노래다. 풍성한 현악기가 주를 이루는 켈틱 팝(Celtic Pop) 장르다. 흡사 디즈니 영화 OST처럼 벅찬 감정을 들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유성은의 모습은 마치 디즈니 공주 같다. 유성은의 ‘집으로 데려가 줘’ ‘마리화나’ 등을 작업한 이상인 작곡가가 곡을 쓰고, 유성은이 직접 작사했다. “코드 진행이 좋았어요. 후렴구 마지막에 코드가 꼬이는 부분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가사가 없이 음악만 들어도 서사가 있었어요. 아름다운 것들이 상상됐어요.”
몽환적이고 드라마틱한 멜로디에 저절로 행복한 노랫말이 떠올랐다. 힙합 듀오 긱스 루이와 결혼한 지 3년 차인 그의 현재 심경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가사를 많이 써본 건 아니지만 당시 감정이 많이 들어가요. 슬프면 우울하고 한탄하게 되는데, 행복해서 그런지 사랑 노래가 써지더라고요. 동화적이면서도 고난과 역경을 딛고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담으려고 했어요. 저희도 싸우고 힘들 때도 있지만 더 사랑하게 되고 단단해지거든요. 나쁜 말은 쓰고 싶지 않았어요.”
남편이자 동료인 루이도 가사를 보고 흡족해했다. 작업을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고 격려도 하면서 완성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평소에 음악 이야기를 엄청 많이 나누진 않아요. 한 번 이야기를 나누면 깊게 하고요. 서로 응원해 주고 칭찬해 주는 스타일이에요. 결혼 생활이 행복해요. 유머 코드가 잘 맞아요. ‘이렇게 쓸 데 없는 소리를 해도 재밌네’라고 하죠.”
유성은은 공백기 동안 신혼 생활을 만끽하면서도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며 자신이 하고 싶음 음악에 대해 골똘히 고민했다. 데뷔 때부터 알앤비(R&B)를 고집했지만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들이 다른 일도 허다했다. 알앤비 중에서도 전작인 ‘이대로 멈춰’ ‘마리화나’ 같은 슬로 잼을 지향한다는 그는 “내가 잘하는 음악이 언제 시기를 탈까 10년 내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는 이지 리스닝으로 편안하게 듣는 앨범을 내고 싶어요. 해외 팝에서는 이지 리스닝 곡이 유명한 게 많지만 한국에서는 많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그런 트렌드한 음악을 하고 있잖아요. 발라드 쪽에서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싶어요.”
유명 가수들의 코러스를 담당하던 유성은이 ‘보이스 코리아’에서 이효리의 ‘텐미닛(10 Minutes)’를 독보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하던 순간, 그는 소위 ‘대스타’가 되는 것도 꿈꿨다. 그는 “일단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백지영 코치님의 회사였으니까 ‘꿈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50억 정도 버는 가수’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발끝에도 못 미쳤지만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 그리고 남들이 보고 싶은 걸 아는 게 쉽지 않아서 그걸 확실히 알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에요. 대스타가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불러주시는 분들 있어서 원동력이 생겨요. 오랜만에 나왔으니까 ‘성장했다’ ‘음악이 좋다’는 반응이 있었으면 해요. 그런 게 다음 노래가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되거든요. ‘그 가수가 나온 지도 몰랐네’ 하는 경우도 많은데, 오랜만에 유성은이 컴백했네’라는 말이 나왔으면 합니다”
신곡은 방송보다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이벤트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다. 한강이나 캠핑장 같은 편안한 곳에서 소소한 공연을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는 25일 단독 콘서트 ‘리슨(Listen)’도 연다. “재작년에 비슷한 규모로 미니 콘서트를 했어요. 코로나 시기라 마스크를 끼고 했고, MR 공연이었어요. 이번에는 밴드와 함께하는 콘서트라 준비할 게 많아요. 셋리스트 구성도 다 해놨어요. OST 중에서도 라이브를 한 적 없는, 제가 애정 하는 곡 등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20주년에는 규모가 더 큰 단독 콘서트를 했으면 좋겠어요. 콘서트를 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야 더 큰 무대에서 할 수 있으니까요. KSPO돔(구 체조경기장) 같은 곳이면 좋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그곳에서 샘 스미스 공연을 보고 왔는데 이 정도 관객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테디 셀러가 돼야 가능한 일이다. 신곡이 나오자마자 한 번에 차트 상위권에 드는 것도 좋지만, 차트 끝자락이어도 오래 남아있는 노래가 되길 바란다. “무슨 노래를 불러도 유성은이 부르면 좋다는 말이 좋더라고요. 나만의 색으로 표현했다는 거니까요. 노래를 잘하는 걸 넘어서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저 친구 울림이 있지’라는 기억이 남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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