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택 코리아교육연구소 이사장
한기택 코리아교육연구소 이사장

10월과 11월은 등산하기 좋은 계절로 등산을 하면서 방문하기 쉬운 곳이 사찰과 성곽 등이다. 사찰의 대웅전 등 전각에 붙어 있는 긴 주련(柱聯) 판을 보게 된다. 주련은 사찰과 궁궐, 고택 등의 기둥(柱)이나 벽에 세로로 시구를 연(聯)하여 걸었다 하여 주련(柱聯)이라 부른다. 사찰의 주련은 사찰 형태의 고증과 조선 시대의 사상사 이해뿐만 아니라 불교문화의 고유성과 서예사 측면에서 보면 어느 국보나 보물 못지않게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된다. 
 언제 누가 왜 이 글을 쓰게 됐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 자체가 역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속리산 법주사 조실인 월서(84) 스님은 “20세에 출가 후 해인사를 들락거렸어도 주련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나도 눈뜬장님이었던 셈”이라고 말씀하셨으며, 전국 30여 곳의 사찰 주련에 관한 이야기를 묶어 ‘깨달음이 있는 산사’를 펴내셨다.
필자가 해인사를 방문했을 때에 해인사를 방문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해인사의 주련을 보셨습니까?”라고 물어보았더니, 오히려 저한테 “주련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서 “절의 어디에 있는 거냐?”라고 반문하였다. 사찰에서는 사람들이 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정성 들여 만들어서 붙였는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필자는 외람되게 ‘사찰의 주련에 독음과 해설 달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각 불교 종단과 문화체육관광부 종무1담당관실과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에 협조·건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사찰 주련의 한자 밑에 독음(讀音)을 써주고 그 밑에 한자의 해설을 간단히 써주자는 것이며,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인사 법보전’의 주련을 예로 들어서 써본다. 다음 주련을 읽어보자. ‘圓覺道場何處 現今生死卽是’ 대부분 ‘원각도장하처 현금생사즉시’라고 읽을 것이다. 필자도 처음에 그렇게 읽었다. 사찰의 주련은 이렇게 읽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석도 어려우니 읽으려고 하는 사람도 적다.
道場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도량(道場)이라고도 읽으며, 부처나 보살이 도를 얻는 곳 또는, 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으로 적혀있다. 불도를 수행하는 절이나 승려들이 모인 곳을 이르기도 한다. 필자는 사찰에 있는 주련 밑에 독음(讀音)과 해설을 아래와 같이 써 주자는 것이다. 
‘圓覺道場何處(원각도량하처) - 원각(부처님의 원만한 깨달음)의 도량이 어디에 있나?’ ‘現今生死卽是(현금생사즉시) - 지금 살고있는 이 자리가 원각이라네’ ‘석두스님이 깨달음을 이룬 후에 느낀 소회라고 전해지고 있음.’ ‘000 선생의 글씨임과 서체’까지 써주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주련은 한문으로 되어 있고 서체도 예서, 해서, 행서 등 다양하여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글을 읽기도 어렵고, 의미 파악이 어려움은 물론이려니와 의미 전달도 안 되는 상태에서 주련의 뜻을 공감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주련이라도 읽지 못하고 뜻을 알지 못한다면 이는 글자가 아니라 하나의 그림과 조각으로 존재할 뿐이다. 특히 한자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한글세대, 영상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에 주련은 하나의 장식품으로 비칠 수도 있고 불교를 어렵게 인식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사찰에 있는 주련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주련에 독음(讀音)과 해설’을 써 주면 누구나 주련을 한 번쯤 읽어 볼 것이고, 그 뜻을 알게 되어 불교 정신의 이해와 홍보 및 포교에 큰 역할도 하고, 사찰의 내력도 알고, 삶의 지혜도 되고, 유명한 서예가의 친필과 서체의 변화도 알고, 사찰과 친근감도 생기고, 뜻있는 사찰 여행과 알찬 문화재 답사도 되고, 간접적으로 한자 교육에 보탬이 되리라고 생각되어서 외람되게 각 사찰의 주련에 독음과 해설을 써주었으면 하고 제언하고, 정중하게 부탁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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