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립박물관 2층에 전시된 이순신 장군 초상화 중 한 점은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가  수채화 기법으로 그린 초상화다.
제목은 ‘청포를 입은 무관’이다. 이순신이란 직접적 표기는 없으나 뒷 배경인 병풍에 거북선이 그려져 있다.
다른 한 점은 성재휴(1915~1996)가 전통 채색화로 그린 초상화다. 이 작품은 선배 작가 이상범(1897~1972)의 이순신 초상화를 모델로 1938년 그린 작품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얼굴은 성재휴 그림 속 얼굴이지만, 성재휴 그림이 모델로 삼았던 이상범의 기록이 의문을 더한다.
이상범은 이순신 초상화를 그리려고 통영, 여수, 아산을 돌며 조사했다.  이때  “영의 땅인 아산 배아미골 이르러 붓으로 그려진 수백 년 전해 내려온 초상화를 보고 다소 참고하였지만, 요컨대 이순신은 순전히 내 머릿속에서 빚어낸 얼굴이었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책 ‘일상이 고고학 : 나 혼자 통영 진주 여행’(책읽는고양이)의 저자는 통영시립박물관 2층에 전시된 이 초상화들을 보고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탐방에 나섰다.
문헌을 기반으로 임진왜란을 고증하고 싶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이순신 장군을 담백하게 조명함으로써 그 존경의 무게를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임진왜란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왕을 비롯한 여러 인물에 대한 기록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존재감을 역설한다.
생전에 공식적으로 남긴 초상화가 없는 이순신 장군의 얼굴을 찾아가는 과정도 또  다른 재미다.
조선시대에 어떤 자격이 있어야 초상화를 남길 수 있었는지, 시기별 초상화 기법이나 유행 스타일, 문무관 복장의 특징은 무엇인지 등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진짜 모습을 고증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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