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이정현


살가운 햇살 받아
발그레진 동그란 꽃송이
화사한 아낙 같구나

손길 닿지 않아 맺힌 설움이
눈물방울 되어
후드득 쏟아내는 투정
아침 햇살 속 눈물로 빛난다

바람 앞에 고개 숙여
한낮 그림자를 밟아도
흘러가는 여정에 맞이한 노을
은빛 달무리에 묶어두고

눈물겹게 화사한 미소로
지나치는 눈길 모아
꽃 이름으로 걸음 붙드는 꽃
한밤이 밝아진다

꽃가슴에 머물다
머물지 못하는 아쉬움에 젖어
달빛 아래 돌아섰다가
다시 꽃앞에서 웃음 보인다
 
여자의 일생은 눈물이라고 했던 것은 남존여비의 사회에서 온갖 궂은일은 맡아 하면서도 자신의 안위와 평안을 돌보지 않고 오직 가정의 화목과 지아비의 출세, 자식들의 번영을 위해 희생을 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여자로 태어난 자체가 불행이었고 눈물이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많은 정절비를 보면 과연 그렇게 살 수가 있었을지 의문을 품게 될 정도로 여자들의 희생은 대단했다. 더구나 남자들은 여자들을 꽃으로 비유하여 손안에든 화초 취급을 하며 무시하였다. 그렇게 살면서도 나라와 가정을 위해 헌신한 여자의 공로는 어디에 비유할 수 없다. 그런 사상이 현시대에도 약간은 남아 있어 아직도 한쪽에서는 무시당하는 경향이 많은 것은 시급하게 시정돼야 할 사회문제다. 이정현 시인은 그 시절의 여성은 아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삶을 직접 보았으니 여자들의 업보를 이해하는 세대다. 이 시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시다. 어머니는 화려한 꽃이었다. 그러나 손길이 닿지 않은 한쪽에서 묵묵히 가정에만 묶여 살았다. 바람 앞에 고개 숙여 한낮 그림자를 밟아도 모든 삶을 은빛 달무리에 묶어두고 눈물을 감추고 그늘로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세상의 꽃이다. 이름까지 잊은 삶으로 살았지만 그 가슴에 핀 사랑과 아름다움은 어디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 아픔을 견뎌낸 어머니는 위대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여자들은 전부가 그랬다. 꽃을 피웠으나 꽃이 되지 못한 삶, 달빛 아래 돌아섰다가 스스로 웃음 지으며 현실을 마주한 어머니의 삶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어머니의 삶을 꽃밭에 비유한 시인의 가슴은 사랑으로 뜨겁다. [이오장]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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