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요…사랑에 빠졌달까요”
많은 이들이 ‘외계+인’ 2부작을 실패한 영화로 부른다. 약 800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1부가 154만명이 보는 데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1부를 본 관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는 10일 공개되는 2부가 크게 흥행할 거라고 보는 이도 많지 않다. 말하자면 2부는 개봉하기도 전에 이미 실패한 영화가 된 셈이다. 국내 영화계 흥행의 귀재들 중에서도 최고로 꼽혔던 최동훈 감독은 필모그래피 첫 실패를 맛봤다. 그건 주연 배우인 김태리(34)도 마찬가지다. 2016년 영화 ‘아가씨’로 데뷔한 이후 영화·드라마를 오가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 김태리는 ‘외계+인’을 실패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최동훈 감독이 이 영화를 들어 “가장 자부심이 큰 작품”이라고 했던 것처럼 김태리 역시 “가장 좋은 기억이 있는 영화”로 불렀다. 그러면서 그는 “같이 한 번 작업해보니까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전 감독님 영화를 전부터 좋아했어요. 시나리오를 안 보고도 하고 싶을 정도였죠.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니까 더 좋아졌습니다. 감독님 영화의 색채를 좋아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 또 감독님의 고뇌를 보게 되고, 그걸 해결하는 모습까지 보고 나니까 두 번 세 번 네 번 함께 작업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김태리는 현장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벗어나서도 최 감독과 끊임 없이 수다를 떨었다고 했다. 김태리는 최 감독을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매번 다른 현장에서 다른 것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갔다고 했다. ‘외계+인’ 2부작을 하면서는 최 감독과 나눈 그런 잡다한 대화들이 계속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최 감독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출연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한 경험이 그 자체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현장에서 허둥지둥 했던 것 같아요. 내 것 외엔 다른 게 전혀 보이지 않는 거죠. 내 것 하기도 바쁘니까 현장에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잘 기억에 안 남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조금씩 사라지고 현장 모습이 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 시기에 ‘외계+인’을 하게 된 겁니다. 제가 막내였어요. 그 수많은 멋진 선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 흔치 않은 경험이죠. 앞으로 제가 막내일 현장이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거예요. 축복 받은 일이었어요. 그 일원이 된 다는 게”
김태리는 특히 염정아에게 배우고 싶은 게 있었다고 한다. 연기다. 하지만 배우려고 했지만 못 배웠다고 했다. 염정아 선배처럼 연기할 순 없더라며 웃었다. “전 연기를 하려면 필요한 게 많아요. 궁금한 게 많고요. 잡다해요.(웃음) 주변 모든 걸 동원하죠. 그런데 언니는 대본을 탁 보고 ‘음…이거구나’하고 그냥 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청 잘해내죠. 정말 멋있고 보기 좋고 본받고 싶어요. 근데 아직은 안 되더라고요”
김태리에게 ‘외계+인’이 어떤 의미가 있는 영화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영화라는 게 나중에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는 일일 겁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제가 그리워하는 영화의 순간이 있다면, 그건 ‘외계+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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