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수작
 
지하선
 

정체불명의 고통으로 울컥할 때는
가만히 내 삶의 말에 귀 기울여 본다
낮에 놀던 걸음이 삐걱거리며 더듬거리는 손끝으로
전해주는 말귀, 울뚝불뚝 통점이 일어선다
 
잔뜩 긴장되는 시간을 건너는 누
악어 입에 덥석 물린 왼쪽 다리의 아뜩한 아픔
발버둥 칠수록 뜨겁게 물고 늘어지는
강인한 이빨 사이에서
수면을 깨트리는 낭자한 피의 부피만큼
강물의 울음이 밤의 내장을 찌른다
 
바람이 우는 불면의 골짜기에 그믐이 길을 잃고
혼란 속의 갈증에 어둠은 바싹바싹 메말라간다
 
통증의 넝쿨손이 또 하나의 우울을 잡아당기고 있는
그곳, 검은 멍빛이다
 
삶은 참으로 어렵다고 한다. 고관대작이나 최고의 부자라도 하루를 사는 게 고통이고 죽을 때까지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한다. 누구나 바라는 게 많고 얻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크고 얻은 것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힘들 뿐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힘들게 없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가지려는 욕망과 지키려는 몸부림을 버릴 수 없고 심지어 전쟁도 서슴지 않는다. 더구나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쟁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삶은 진실로 힘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건강이다. 젊었을 때는 모르나 차츰 늙어 가면 몸 여기저기에서 신호가 온다. 팔이 아팠다가 다리가 아팠다, 머리가 어지럽고 수족이 떨려 말도 못 하는 지경에 이른다. 삶이라는 악어가 늪에서 기다리다 시간을 건너는 사람의 몸을 물고 찢어발긴다. 그 아픔은 무엇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바짝 말라가는 입으로 신음을 내도 자기만 듣는 고통으로 소멸한다. 지하선 시인은 통증의 넝쿨에 갇혀 온몸에 멍 빛을 안고 세월의 고통을 헤쳐 가는 중이다. 병원에 가도 정확하게 판명을 받지 못하고 아픔이 찾아오는데 의사는 적당한 처방으로 곧 나을 것이라 한다. 누구에게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하소연이다. 불면의 골짜기에서 길을 잃고 혼란의 삶을 믿어 보지만 어둠 속에 시간은 재촉만 할 뿐이다. 누구나 겪는 삶의 고난을 낯선 어휘를 사용하여 솔직하게 풀어낸 시인은 온몸을 동원하여 시를 썼다.  [이오장]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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