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길
-길.5 

최규창

 
골고다 언덕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십자가 위에서 흘린 피는
너와 나를 위한 혁명의 칼이다
빛의 길을 가로막는
어둠의 이단들을 몰아내고
어둠 속에서
빛의 길을 비추는 등불이다
어둠 속에서
빛의 길을 향하는 지팡이다 

피는 생명이다. 몸에서 빠져나간다면 죽음의 세계로 바로 든다. 생명체에서 가장 소중한 피, 나의 생명을 유지하고 하늘 우러르고 땅을 딛게 하는 피, 모두가 피 흘리기를 두려워하여 소중하게 간수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런 피를 예수께서는 왜 흘리셨을까. 죄를 지은 만인들을 위하여 그 죄를 사함 받으려고 피를 흘렸다고 말하지만 그것뿐일까. 아니다. 하늘을 알기 때문이었고 하늘이 내린 죄와 벌의 경계를 알리려 함이었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면 하늘이 보이고 한 걸음 걸으면 땅을 디디고 살지만 하늘의 뜻과 땅의 영광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피를 흘려 땅을 적시고 핏빛이 하늘을 물들이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예수의 희생은 모든 사람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였고 그 길을 걸음으로서 사람의 정신은 바로섰다. 최규창 시인은 여기에 더욱 강력한 구호를 보탠다. 예수의 피는 너와 나를 위한 혁명의 칼이다. 어둠 속에서 빛의 길을 비추는 등불이다. 빛의 길을 향한 지팡이라고 강력하게 설파한다. 칼로 이룬 혁명은 무너지지만 흘린 피로 세운 혁명은 영원하다. 영혼의 혁명이기 때문이다. 육체보다 먼저 하늘을 이뤄낸 영혼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상이고 그런 인간들만이 하늘을 안다. 예수는 그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을 배반한 것도 민족의 고발로 십자가에 매달린 것도 하늘의 뜻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가르치려는 것도 하늘의 뜻이다. 그것을 죽음으로 실천한 예수는 곧 하늘이다. 빛은 어둠을 밝히고 어둠은 빛에 밀려도 곧 살아난다. 그건 자연의 순리다. 하지만 어둠을 밝히는 빛은 예수 이래로 꺼지지 않았다. 우리는 최규창 시인의 뜻에 맞춰 피 흘린 혁명을 기억해야 하고 어둠에 빛을 밝히는 일에 전진해야 한다. [이오장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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