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자와 그놈들

이오장

그자가 그자 같은데 그렇지 않다
입 모양은 비슷해도 말이 틀리고
그 말이 그 말인데 뜻이 다르다
권력 묶어놓은 기둥 붙들고
지키려는 몸부림의 걸음은
허공을 걷는 듯 위태롭고
등받이 높은 의자에 앉아서
손전화만 드려다 본다
집중하는 것은 중앙의 인물
감춘 끈으로 서로 얽혀
끊어지는 게 두려워 사리는 몸짓
승용차문 열어주고 엎드린다
똑 닮은 부모가 낳았는데
아버지 어머니 사진에 겹친 얼굴은
머리는 두 개 뿔이 네 개다
군중 틈에서는 꽃
집안에 들어서면 천덕꾸러기
조상묘 옮길 때 낀 장갑에 묻은 흙을
의사당 계단에 뿌린다
그자는 분명 그자인데
사람인지 도깨비인지 구별할 수 없는
사람 중에 낯선 사람
대중의 손가락질 모른채 하면서도
국민의 눈빛을 바라는 이중인격자들
우리는 그들을 그놈들이라 부른다

이오장시인
이오장시인

이오장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이사로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천문인회 명예회장으로 활동.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등 18권과 동시집 <서쪽에서 해 뜬 날> <하얀 꽃바람>, 평론집 <언어의 광합성,창의적 언어>가 있다.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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