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러블리즈’ 류수정(26)을 아는 사람이라면, 솔로 가수 류수정은 낯설 것이다. 홀로서기를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자신의 색깔을 쌓고 있다. 꾸밈없이 감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표정을 지우고 반항기 있는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은 그를 끊임없이 과감하게 만든다.
두 번째 미니앨범 ‘투록스(2ROX)’는 가히 파격적이다. 류수정은 자신 안에 있는 어두운 모습을 조명했다. 때론 고집스러운 나,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은 사는 나, 그리고 질투와 집착으로 일그러진 사랑을 하는 나를 그렸다. 장르는 모두 ‘다크팝’이다. 퇴폐적이면서도 개성 가득한 분위기다.
이번 앨범이 더 특별한 건 미국 Z세대의 팝 아이콘 ‘자일로(XYLØ)’와 듀엣으로 발표하는 것이어서다. 자일로는 당초 남매 듀오였다가 메인 보컬인 페이지 더디(Paige Duddy) 1인 체제로 바뀐 밴드다. 류수정은  자일로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내 밴드 투록스를 결성하게 됐다.
“자일로와 이미지 적으로 잘 맞을 거 같았어요. 자일로의 인스타를 보면 힙한 무드 안에 러블리한 포인트가 있거든요. 음색도 잘 맞을 것 같았고요. 저는 허스키한 편인데 자일로는 쨍한 보컬이에요. 소셜미디어 DM(다이렉트메시지)을 보냈더니 K팝에 워낙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흔쾌히 하겠다고 해줬어요.”
앨범 작업은 류수정은 한국에서, 자일로는 미국에서 하는 형태였다. 이들은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로 앨범을 채웠다. 각자 소재를 나누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식의 가사를 썼다. 소통하는 데 어려움도 없고 수월하게 흘러갔다.
“자일로가 한국에 와서 2주 동안 있었어요. 선공개 무대 연습을 하고, 뮤직비디오 2곡을 다 찍고 갔죠. 대화는 영어로 했는데 더듬더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좁은 방에 둘이 있다 보니 계속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낯을 가리는 편이어도 빨리 친해져서 헤어질 때 아쉬워서 눈물도 났어요. 꾸준히 연락하자고 하면서 편지를 써주고 갔어요.”(웃음)
전곡은 모두 영어 가사다. 한국어는 3~4마디 정도 섞여 있을 뿐이다. 자일로와 함께 국내 음악방송 활동을 하는 것은 무리라 방송에서는 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1인 버전 무대를 공연 때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앨범 발매 자체는 글로벌 팬을 타깃으로 한다. “한국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더 다양한 리스너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자일로가 미국 LA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캐나다 리스너들이 많더라. 그쪽에서도 내 목소리를 들어주면 좋겠다 싶었다”고 했다.
자일로와 작업으로 배운 점도 많다. “나는 짜여진 코레오를 하는데 익숙하다. 반면 자일로는 즉흥적인 연기를 잘 하더라”며 “내가 도와주거나 자일로가 현장에서 노는 걸 알려줬다”고 했다. 이어 “자일로가 바이브가 남다르다. 되게 많이 배웠다”며 “나도 즉흥적인 것도 많이 연구해 보고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 계기로 팝에 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밴드라는 점, 듀오 결성 작업물이지만 류수정의 개인 앨범에 수록됐다는 점이 독특하다. 류수정은 “저도 기타를 자주 사용하고 자일로도 기타를 좋아한다. 뮤직비디오에서 기타 퍼포먼스를 하는 걸 보고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일로가 지난해 한국에 와서 쇼케이스를 했을 때 스포일러로 선공개곡 ‘배드 걸스(BAD GRLS)’ 기타 퍼포먼스를 했다”고 밝혔다. “자일로를 초청해왔기 때문에 류수정 앨범으로 나온 것이다. 지속적으로 투록스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나중에는 투록스 앨범으로 나오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러블리즈 류수정은 맑고 청순한 소녀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류수정은 새로운 아티스트 같다. “팀 색깔이 너무 짙고 여리여리한 소녀 같잖아요. 음악과 의상이 그래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예전과) 비슷한데 반전이라고 하더라고요. 러블리즈 때 했던 것들보다 다양한 시도 안에서 저의 색깔을 지켜나가는 게 제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도전에 멤버들도 응원하고 있다. 멤버들은 솔로 가수 류수정의 음악 자체를 좋아한다. 덕분에 류수정은 자신감을 얻고 있다. “예인이는 뮤비 나오면 퀄리티를 항상 봐줘요. ‘진심으로 뮤직비디오가 너무 예쁘다. 헤어메이크업은 누가 했어? 피디님은 누구야?’라고 실질적인 것들을 물어봐요. 결과물이 좋았다는 거겠죠? 지수 언니는 제 음악을 많이 들어줘요. ‘혼자서 해나가는 게 자랑스럽고 다른 고민할 거 없이 이렇게만 하면 돼’라고 해주거든요.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인데 언니 얘기를 듣고 걱정을 덜었어요.”
올해는 러블리즈로 데뷔한 지 10주년이다. “그때그때 진심으로 음악을 대했다”는 그는 앞으로도 순수하게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저희끼리는 ‘벌써 10년이야. 징그러워’ 정도로만 이야기했어요. 기념이다 보니까 다들 뭘 하고 싶어 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해요. 그런데 음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연기를 하기도 해서 이야기만 나누고 있어요.”
솔로 가수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독립 레이블 하우스 오브 드림스(House of Dreams)로 이적한 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졌다. “팀에서는 짜여진 대로 했는데 지금은 선택지도 많아요. 무언가를 선택하고 책임감 갖고 할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인 편이에요. 돌이켜보니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의 차이점이 많아요. 제 시간이 많아졌어요. 팀 활동할 때는 공연 보기도 힘들었거든요. 티켓팅을 먼저 한 뒤에 스케줄이 생기면 8명이 같이 맞춘 건데 혼자 빠질 수 없잖아요. 이제 혼자 하다 보니 공연도 보면서 스스로를 돌보게 됐어요. 좀 더 안정적이에요.”
올해는 앨범을 많이 낼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투록스 앨범을 준비하면서 남겨둔 여름향의 노래를 발표할 생각이다. 러블리즈 대표곡처럼 대중적인 곡도 하고 싶다. “혼자 곡을 내고 음악을 해나가는 게 2년 정도 됐어요. 아직 적다고 생각해요. 러블리즈 활동할 때는 특정 곡들 빼고는 코어 팬들이 좋아하는 곡이 많았어요. 대중보다는 음악 하는 분들이라든가 남성 팬들이 많았죠. 그래서 조금 더 부담 없이 (여러 장르에) 시도할 수 있게 됐어요. 음악도 누군가 들어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게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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