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철   부국장
정석철 부국장

지난 1월 31일 오후 7시 47분경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를 하던 소방관 2명이 퇴로를 찾지 못해 끝내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문경시 신기동 산업단지 육가공 제조공장 화재현장에 출동해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에 투입됐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시커먼 주검으로 돌아왔다.

숨진 대원들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김수광 소방교(27)와 박수훈 소방사(35)다.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임용된 6년차 소방관이다. 그는 지난해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인명 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동료들은 그를 “재난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친구”로 기억한다.

특전사 중사 출신인 박 소방사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라며 구조 분야 경력직 채용에 지원해 2022년 2월 3일 임용됐다. 미혼인 박 소방사는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할 만큼 소방 일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박 소방사가 세상에 남긴 페이스북에는 ‘경북소방’이 찍힌 특수복을 입고 ‘허잇챠’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있다.

이들은 신고 접수 8분 만에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는 소방관들이 신조처럼 새기는 문구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두 소방관은 모두 미혼으로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소방관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남달랐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를 각각 소방장과 소방교로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소방청도 7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영결식까지 조기를 게양한다. 경상북도는 순직 소방관의 장례를 ‘경북도청장(葬)’으로 치르기로 하고,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맡고, 집행위원장은 박근오 경북소방본부장이 맡는다.

황망하고 모두의 가슴을 울리며 젊은 소방관들이 세상을 떠났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소방관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봉사하기 때문에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힌다.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더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SOP(현장대응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화재 현장 상황이 아무리 급박하다고 해도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후 인명구조나 화재 진압에 나서야 한다. 특히 건물 붕괴의 위험이 없는지 철저한 안전 점검을 실시 한 뒤 진입을 해야 한다.

둘째, 화재 현장에서 개별 행동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진입조의 경우 2명 1개조, 구조대는 4-5명이 각 1개 대로 나선다. 이들은 조별로 움직여야 한다. 인명 구조를 위해 개별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다가 돌발 사고가 발생한다.

셋째, 소방관의 처우와 작업 환경을 첨단화해야 한다. 인명 검색 로봇과 드론, 열화상 카메라 등 소방관의 현장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장비부터 서둘러 확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넷째, 화재현장 매뉴얼 제정과 지키기다. 미국의 소방 시스템은 위험 감수 3단계 기준이 있다. 1단계 ‘우리는 구할 수 있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2단계 ‘우리는 구할 수 있는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조금 감수할 것이다’, 3단계 ‘우리는 이미 잃어버린 생명 혹은 재산을 위해서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고 제정되어 있다고 한다. 소방관의 생존을 위해 우리만의 규정을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 교육의 강화다. 현재 소방수는 임용되면 4개월 정도 교육받는데, 주로 화재진압, 구조구급 등 직무 관련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화재가 대형화 하는 추세에 맞춰 위험 상황에서 소방관 본인 안전을 지키는 훈련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소방관 44명이 순직했다. 사고 때마다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쓰러져 가는 이들의 생명을 부여잡기에는 절대 부족하다.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선 보다 과한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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