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철  부국장
정석철 부국장

지난달 25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끝내 무산되면서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하게 됐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총선 표심을 의식한 여야는 협의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상대방에게 책임만 전가했다.

건설업계는 최근 고금리, 자재·인건비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등에 따라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처벌됨에 따라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년 유예 이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한 바 있다”며 "이번에 법이 2년 유예된다면 우리 중소 건설기업들은 충분한 준비를 통해 중대재해 예방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중대재해 예방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거듭 말했다.

지난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률로, 오는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으로 확대된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지속된 근로자들의 사망 등 인명피해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책임 부담을 통해 이러한 사업 현장에서의 인명 피해를 막으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법 시행에 앞서 유예 기간 1년을 적용했지만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대응은 아직 크게 미흡했다. 그래서 경영 책임자에게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이 강화된 처벌법이 탄생했다.

중대재해가 빈번히 발생해 사망 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해 예방을 도모한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배경과 목적은 충분히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실효성과 함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으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징벌적 손해 배상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안전 조치 등 지속적 투자와 교육을 통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사고 위험이 높은 사업장의 대표이사 자리를 회피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움직임이 성행하면서 위험 사업의 책임이 중소기업이나 경제적 약자에게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 안전사고는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의 사고에 대한 예방 의지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규제를 통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책임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시행 후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현실화하는지를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 강력한 규제의 실효성은 높지 않으면서 부작용이 오히려 크게 나타난다면 검토해야 한다.

셋째,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기업들에 대한 징벌적 처벌이 강화되면 경영 책임자들은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산업 현장에 인력 대신 AI 로봇을 투입하는 방안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안전한 사업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있어 담당부처는 경영과 경제 위축이라는 부작용과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법 시행 과정에서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모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해 국민과 기업 모두를 지키는 것이다. 이제 법이 통과되었으니 시행 중에 나타나는 문제 개선을 통해 조속히 촘촘한 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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