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후

김태경

삶이 힘겹다
용서받을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나는 베풀지 못했다

받기만 하면서 살아온 인생
남을 위해 희생한 일이 있을까
위안을 받고 싶어 더듬어 봐도
반성할 목록만 수두룩하다

꼬챙이든 세월이 두렵고 무섭다
얼굴에는 잔주름이 덮였고
노여움은 깊어졌다

사소한 일에도 서러움이 생겨
아무에게나 하소연하고 싶다

청춘이 떠나간 이후
  
청춘, 듣기만 해도 얼마나 뜨거운 말인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이 청춘이 아니고 청소년기가 지나서 사물의 이치를 어느 정도 아는 때가 청춘이다. 한창 젊고 건강한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사계절의 처음인 봄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 청춘인데 아주 어렸을 때는 청춘이 아닌 철부지 시절이다. 청춘에는 모든 것에 두려움이 없다. 꿈대로 이뤄지고 바라는 것은 거둘 수 있다는 호기가 있어 조급하지 않으며 젊음의 패기는 하늘을 찌를 듯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러나 금방 지나가 버린다. 분명 청춘이었는데 장년을 알아채기도 전에 청춘은 가버린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로 세월의 흐름이 얼마나 빠른지를 아는 때이다.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회한에 젖어도 다시 오지 않는 삶은 이때부터 힘들어진다. 용서받을 일이 하나둘 떠올라 그때마다 이유를 찾으려고 짚어가는 회상에 빠지기도 한다. 유명한 철학자나 최고의 권력자도 같을 수밖에 없다. 김태경 시인은 다르다. 청춘이 흘러갔고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떠났으니 이제부터라도 베풀고 바르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삶의 후반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후회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부끄럽고 자신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솔직하게 고백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성인들의 가르침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따르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자책을 짚어내고 잔주름 속에 감춰진 시간의 허물을 벗어낸다. 성인들의 가르침은 딱 하나다. ‘회개하라’ 누구나 후회하지만 감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바른길을 가는 사람이다.   [이오장]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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