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와 빛과 그 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운 좋은 날이면 나와 내 그림자는 어느새 나무가, 그것도 막 새잎이 움틀 것만 같은 가지를 마음껏 펼친 나무가 된다”
인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수마나 로이는 에세이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바다출판사)를 통해 나무에 자신을 투영한다.
‘나무가 되고 싶다’는 발상이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당시 수마나 로이는 기계적인 속도에 지쳐있었다. 같은 인간이면서도 서로를 대하는 편협한 태도와 도시의 소음에 지쳤다. 
반면, 나무는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고, 그늘을 드리우는 모든 일을 침묵 속에서 이뤄냈다. 문명과 기계의 역사보다도 긴 역사를 나무는 투쟁과 폭력 없이 지켜냈다. 로이는 그런 나무를 탐하고 욕망하기 시작하면서 나무와의 일체화를 시작한다.
나무가 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로이는 숲속으로 들어가 바람에 스치는 온갖 나무의 나뭇잎 소리를 녹음하고 나무 이야기가 기록된 경서와 각종 책을 탐독한다.
“내 심장과 뇌와 신장이 이미 식물과 비슷하게 생겼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라고 감탄하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자가 나무 그림자와 합쳐지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그는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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