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위축된 소비 심리를 끌어 올리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부진 우려에도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후인 올해 3분기가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현재의 연 3.5%를 상반기까지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에 이은 9차례 연속 동결로,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다만 위원별로 동결에 대한 세부 의견은 엇갈렸다.
이창용 총재는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 유지가 적절하다고 견해를 나타냈고,  한명은 3.5%보다 낮은 수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도입된 금통위원들의 3개월 금리 수준 전망에서 인하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금리·고물가에 내수 악화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2.1%다. 문제는 수출 개선에도 소비 위축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당초 1.9%였던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는 1.6%로 깎였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금통위원의 발언에도 시장에서는 한은은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금리 동결을 이어가다가 미국이 인하에 나선 후인 하반기 중 금리를 낮출 것이란 의견이 높다.
꺾이지 않은 물가에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하반기로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역전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에 미국보다 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카고페드워치(CME)에 따르면 연준의 5월 인하 가능성은 한달 전 80%대에서 최근 30%대로 내려왔다. 3월 인하 가능성은 4%대로 쪼그라들었다.
이 총재가 전날 금통위에서 “개인적 의견으로는 상반기 내에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는 점도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제약하는 요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6월 인하 전망이 나오는 만큼 우리나라는 6월 이후에나 인하 여력이 생길 것”이라면서 “8~9월 이후에나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다만, 금융 부실이 위험해질 경우 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 연준의 인하가 2~3분기 중에 이뤄질 가능성 때문에 한은은 3분기 이후에나 금리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 수요 측 인플레 둔화에 “선제적 대응’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5월까지 동결이라고 보고 , 인하는 빨라도 7월 정도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성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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