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소방서 119구조대)소방장 지창민
부천소방서 119구조대)소방장 지창민

이제 곧 길고 추운 겨울의 끝이 보이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겨울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고 몇 번의 꽃샘추위와 몇 번의 눈 또는 비 소식이 남아있다.

올겨울은 여느 겨울과는 달리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지만 집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추위는 오히려 평년보다 짧은 기간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의 한파는 그 어떤 겨울보다도 강력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겨울이 추울수록 사람들은 외출 활동을 삼가기도 하지만 날씨가 추울수록 밖에서 즐기는 여러 활동들을 더 찾는 사람들도 있다.

추운 겨울철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피해는 다른 계절에 비해 훨씬 더 크고 심각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추운 날씨로 발생하는 환경적인 요인(한파, 폭설, 얼음 등)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더욱 더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게 된다. 그래서 겨울철의 외부 활동에는 다른 계절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운동을 할 때에는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운동을 더 자주 해줘야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근육의 긴장을 풀어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방한 장비류 등도 한 번씩 더 생각하고 챙겨야 혹시 모를 사고에서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 있다.

사실 위와 같은 주의사항은 모두가 당연히 잘 알고 있는 부분들이지만 평상시에 잘 행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필자가 구조대에서 그동안 현장 출동을 하면서 겪어본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몰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설마 내가 사고가 나겠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해빙기 빙판(얼음판)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얼음이 언 호수나 낚시터 등에서 활동하다가 얼음이 깨져서 빠지는 사고들 말이다. 그렇다면 겨울이 시작된 11월 말부터 12월, 1월에는 이런 빙판 사고들이 잘 없다가 왜 겨울의 막바지에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물이 어는 점인 빙점은 0°C이다. 올겨울 동안 우리는 –10°C가 훌쩍 넘는 한파를 몇 번이나 보내왔다.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 강이나 호수, 연못 등은 진즉부터 얼어붙었어야 했는데 왜 이제야 얼게 되고 또 깨지게 되는 것일까? 물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는 0°C이지만 강이나 호수, 연못 등이 얼게 되는 시점은 물의 전체적인 온도가 4°C가 되면 얼기 시작한다.

해빙기 빙판 사고 대비 훈련 중인 부천소방서 119구조대원들
해빙기 빙판 사고 대비 훈련 중인 부천소방서 119구조대원들

물의 밀도는 4°C일 때 가장 크고 그보다 온도가 더 높거나 낮으면 밀도 역시 크거나 작게 변하게 되는데 물의 온도가 4°C가 되면서 밀도가 커진 물은 상대적으로 아래쪽으로 가라앉게 되고 밀도가 작은 물이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영하의 추운 날씨와 만나 표면부터 순차적으로 위에서부터 얼기 시작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겨울이 옴과 동시에 우리 주위의 강이나 호수들이 얼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위의 각 조건들이 맞아가는 시간이 지나는 겨울의 막바지에 얼음들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빙판 사고율 또한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얼음이 한 군데 얼면 그 지역 대부분이 비슷한 두께로 얼어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강, 호수, 연못 등 얼음의 두께는 그 지역 한 가운데가 가장 두껍게 형성되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얇게 형성된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지열을 안고 있는 육지 쪽의 온도가 더 높기 때문이며, 둔치쪽에 많이 서식하는 갈대나 나무의 뿌리 등이 얼음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얼음이 언 호수나 연못, 낚시터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얼음의 가장 약한 쪽인 바깥쪽부터 밟고 지나가야 한다.

무사히 그곳을 지나 얼음판 한가운데로 들어갔다고 해도 다시 그곳에서 나오려면 처음 지나온 지점을 되돌아와야 만 할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경우에는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미 그 사람은 처음 들어온 곳을 밟으면서 그 지역 일대의 약한 얼음판을 더욱 약하게 만들었고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두 번째 충격을 가하면서 얼음판은 깨지게 되며 결국 차디찬 물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얼음의 두께는 최소 약 10cm 이상이 되어야 사람이 위에서 활동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 이하의 두께의 얼음판 위에서의 활동은 언제든지 얼음이 깨질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얼음판 위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충분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두께의 얼음은 같은 무게라 하더라도 그 하중이 면이 아닌 한곳으로 모이는 점의 형태로 받게 되면 깨질 수 있다.

같은 70kg의 사람이라도 두 발이나 한 발로 서 있으면 깨질 수 있지만 체중을 얼음판 면적의 전부로 받아낼 수 있도록 엎드리거나 누워 있으면 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얼음판 위에서의 깨짐 사고를 당하게 되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그곳을 스스로 벗어나기란 절대 쉽지 않다. 벗어나려고 하지만 빙판 위는 매우 미끄러워 손을 짚어도 좀처럼 힘을 쓸 수가 없고, 무엇보다 얼음장의 차가운 물로 인해 사람의 행동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물은 공기 중에서보다 열 손실이 약 25배나 빠르며 그것이 추운 겨울이라면 사람이 체감하는 추위는 훨씬 더 극한으로 치닫게 되고 이는 저체온증으로 도달하는 시간이 더 빨라짐을 야기한다.

저체온증에 노출되게 되면 인간의 생존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되며 위와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의 골든 타임은 보통 30분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빙판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의 생존확률은 30분이 지나면 30%로 매우 낮다.

빙판 사고를 당하거나 당한 사람을 발견해서 구조대가 도착하고 구조하기까지 30분 안에 해내지 못하면 생존확률은 10명 중 3명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빙판 사고를 당했을 때의 가장 기본적인 지침은 ‘SELF RESCUE’ 이다. 누군가가 도움을 주러 오길 기다린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빙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사고지역 2차 진입은 또 다른 구조대상자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시간적으로도 매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곳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스스로의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위 상황에서 ‘SELF RESCUE’는 대부분의 구조 현장에서도 적용되는 자기구조의 방식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사고가 예상되는 곳에 처음부터 접근하지 않는 것. 둘째로는 굳이 접근해야 한다면 그에 대비한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이상 유무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 마지막으로 앞서 두 가지를 모두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난다면 서두르지 말고 최대한 침착하게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이다.

빙판에서의 ‘SELF RESCUE’ 중 마지막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차고, 당기고, 구르기’ 이다. 독자들이 빙판의 얼음물에 빠졌는데 그곳을 빨리 나오려면 행해야 하는 동작들이다.

수영하듯이 발차기를 계속 차고 팔로는 얼음판 위를 계속 당겨서 상체의 절반 이상을 물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고 그 상황이 되면 온몸을 이용해 구르면서 얼음이 깨지지 않도록 안전한 지역까지 스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얼음은 하중이 면이 아닌 점으로 받으면 깨진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만약 독자들이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목격한 사람이라면 구조하기 위해 무리해서 그 지역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해빙기 빙판 사고 대비 훈련 중인 부천소방서 119구조대원들
해빙기 빙판 사고 대비 훈련 중인 부천소방서 119구조대원들

이미 앞서 사고를 당하면서 그 지역 일대의 얼음은 약해져 있는 상태임을 명심하고 직접 구조에 나서지 말고 119에 도움을 요청한 뒤, 구조대상자에게 계속적으로 소리쳐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게 도와야 한다.

이 때 소리치는 내용 또한 “차세요! 당기세요! 구르세요!” 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드로우백 또는 구명환을 투척해야 한다면 일반적인 수상에서의 투척 방법이 아닌 얼음판 위의 마찰력을 이용한 미끄러짐 방식의 던지기 방식을 사용하도록 한다.

일반적인 수상에서 빠진 경우라면 구조대상자에게 드로우백 또는 구명환등이 조금 빗나가게 투척 되어도 구조대상자는 어느정도 투척된 구조장비에 접근하여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빙판의 깨진 얼음물에 빠진 구조대상자는 미끄러운 얼음위에서 자신의 몸하나 지탱하며 버티는 것도 힘들다.

그 머리 위로 구조장비를 투척하여 구조한다는 것은 실패 확률이 매우 크고 투척 실패 시 재시도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게 된다. 이 때 마치 볼링을 하듯이 구조대상자 방향으로 미끄러운 얼음위로 투척을 하게 되면 좀 더 정확하게 투척할 수 있으며 실패해도 빠른 회수가 가능하여 재시도 할 수 있는 시간도 짧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해빙기 얼음 위에서의 활동은 언제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확실하지 않은 장소의 활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안전에 대한 사소한 부분들의 체크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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