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

이현민


남산 딛고 솟은 타워가
하늘을 찌른다

솟아올라 뿜어대는 전파 중계탑
세상을 지배하려는 수작이지
먹구름이 떼로 몰려와
탑을 덮어버린다
앞뒤 못 가리는 철부지들
어디가 밉게 보였을까
호기롭게 찔렀는데
하늘 아래 허공일 뿐
가없는 높음과 푸름이
그렇다고 상처를 받겠는가
그래도 호기를 부렸으니
지나는 구름이나 꿰매
남산 아래 제일 시끄러운 동네
입막음으로 덮어버릴까

티 없이 맑은 하늘은
더 높아져 까마득하다
 
바벨탑은 전설이 아니다. 흔적과 기록으로 남아 인간의 허욕을 가르치는 상징물이다. 왜 하늘에 오르려 했을까. 인간 스스로가 깨우쳐야 한다. 욕구는 자제력이 밑받침되어야 비로소 성취감에 도달하는 것인데 인간의 욕망은 아무런 대책 없이 솟구치려고만 하여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하늘을 넘어 우주 전체를 차지하려는 허욕에 사로잡혔다. 안주만 바란다면 발전이 없는 것이지만 삶의 한계를 벗어난 발전은 소용없는 짓이다. 그러나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바라고 얻으려 하는 욕구는 인간에게 기계화하고 말았다. 이현민 시인은 이렇게 가다가는 지구 멸망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경고한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인간은 하늘을 침범하는 허욕을 부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전파를 만들어 스스로를 과시한다. 하늘이 노여움을 받을 짓을 스스럼없이 저지른다. 남산은 목면산이라고 불리는 궁궐 정면의 산이다. 도시로 발전하여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 자연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산으로 만약 남산이 없다면 조선의 궁궐도 다른 곳에 지었을 것이다. 그런 상징적인 산에 첨탑을 세운 현대인은 과연 무엇을 바랐을까. 하늘에 오르지 못하니 보이지 않는 전파를 만들어 전체를 지배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시인은 그것이 안타깝다. 하늘에 치솟는다고 세상이 제 것일까. 하늘은 하느님의 영역이다. 함부로 침범하여 헤친다면 벌 받는다. 호기롭게 찔렀다고 제 것이 되지 못하는데 욕망의 끝은 하늘도 잊어버렸다. 시인은 구름이나 꿰고 있을 것 같은 남산타워의 헛 위용 앞에서 다시 일깨운다. 티 없이 높은 하늘은 아무리 오르려 해도 끝이 없으니 욕망을 버리고 믿음의 삶을 살라고... [이오장] 

정석철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