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2024년 3월이다. 며칠째 매서운 바람이 살 갓을 후벼 판다. 성난 파도처럼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어 된다. 한반도 남쪽 저 멀리 바다로부터 봄 향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온다. 봄이 그리워 들로 나아가 논두렁 밭두렁 길을 번갈아 걸어 보지만 3월초라서인지 아지랑이는커녕 아직은 봄을 느낄 수가 없다.
발을 옮길 때 마다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이 사각 거린다. 사각 사각 귀전을 파고드는 소리가 두근거림으로 바뀐다. 노년의 나이인데도 마음은 청춘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후반 20대 청춘도 아닌 70대 노인이 아직도 청춘들이 갖는 이성과 감성이 남아 있음인지 가슴이 꿍꿍 다듬이질이라니 살아 숨 쉬는 흔적인가 싶었다. 넘어질까 잔뜩 긴장을 하고 번갈아 왼발 오른발을 옮겼다.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렸다. 두리번거려 주위를 살폈더니 언덕아래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고 물 언저리에 겨울잠에서 갓 깨어 난 개구리 한 마리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리였다. 성질도 급한 놈이었다.
봄소식을 듣고 쫓아 나온 것 같았다. 그 놈을 잡아 따뜻한 방을 꾸며 줄까 웅덩이 가까이 다가갔더니 펄쩍 뛰어 달아났다. 펄쩍펄쩍 뛰는 모습이 몸이 성치 않아 보였다. 뛰어 달아나는 개구리에게 말을 건넸다.
“나 너를 돕고 싶은데 너는 내 심정도 모르고 도망을 치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개구리가 알아들었다는 듯
뛰던 발걸음을 멈추고 볼록 튀어나온 두 눈으로 처다 보며 “개굴개굴” 가느다랗게 하고서 또 다시 펄쩍 펄쩍 뛰었다.
그 개구리가 냈던 ‘개굴개굴’그 소리가 궁금했다. 
이런 소리, 아니야! 나 잡아 보아라! 이렇게 놀리며 나 당신 같은 사람에게 안 잡혀  절대로 잡히지 않아? 그러면서 이 추위에 나 얼어 죽을까 걱정이 돼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하는 줄 알아 하지만 나 인간들의 도움 없이도 얼어 죽지 않을 테니 걱정이랑 하지 마세요. 
그랬으면 다행이지만 내 호의도 아랑 곳 하지 않고 당신 나 잡아 보양식으로 먹고 한 여름 날려고 어림없지 천만에 그러면서 나쁜 사람 그랬을 줄도 모른다. 개굴개굴 그 소리가.
아무튼 그 개구리는 펄쩍펄쩍 뛰어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 날 이후 날씨는 더 추웠다. 어디서 얼어 죽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됐다. 
대동강에 얼었던 물이 풀린다는 경칩도 지났다. 
살랑살랑 여자들 치마 속을 드나들며 간질이는 봄바람이 한라산 산 고개를 넘어 추자도를 지나 남도 들녘을 질러 북상을 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은 그만 두고 저 멀리 남쪽 개천가 양지바른 곳에 무리지어 있는 개나리도 늦잠이 들었는지 기지개는커녕 꽃망울 하나 달고 있지 않았다. 
봄의 전령이라는 아지랑이는 언제나 찾아 올려는 지 냉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만 오늘도 그칠 줄 모르고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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