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작가의 신작 미스터리 소설 ‘누굴 죽였을까’(북다)는 단순히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은 살인사건 자체를 파헤치기보다는 과거에 저지른 범죄로 인해 현재의 일상이 망가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정교하게 구축한 수수께끼를 내세우기보다 인물 개개인의 심리에 집중한 선택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주인공 선혁이 고등학생 시절 삼인방이라 불릴 정도로 가까웠던 필진, 원택과 함께 타학교 학생을 우발적으로 죽이면서다. 당시 숨진 또래 아이에게 빼앗은 3만원의 행방도 모른 채 삼인방은 그 일을 비밀에 부쳤고 9년 후 선혁은 원택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졸업 후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선혁과 필진은 장례식장에서 만난 형사에게서 원택의 입속에서 ‘9년 전 너희 삼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어느새 잊혀졌던 9년 전 일이 긴 시간을 뛰어넘어 이들의 삶을 옥죄기 시작한다.
베스트셀러 ‘홍학의 자리’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 ‘유괴의 날’을 출간한 정해연은 이번 소설을 통해 미스터리 장르에 조금 다른 시선을 담아냈다. ‘누가 죽였을까’가 아닌 ‘누굴 죽였을까’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중 인물들이 ‘누가’, ‘왜’라는 의문에 방황할 때 과거에 이들이 죽인 ‘누군가’에게 독자들이 집중하도록 의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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