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의 가르침은 신간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파람북)에 남았다.
고(故) 이어령의 최후의 역작으로 불리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의 주제는 얼굴이다. 피부색부터 외모, 외형까지 우리가 거울을 통해서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을 통해 이어령은 문화현상을 말한다.
그 시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담수호인 러시아의 바이칼호를 택했다.
오래전 아프리카에서 미지의 바깥 세계로 담대한 여정을 떠났던 현생 인류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이곳은 동아시아인의 눈, 코, 입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인체의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적응의 결과 인류는 보온에 적합한 외양, 즉 작은 눈, 적은 체모, 뭉툭한 코, 두꺼운 허리와 작은 손발 등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 집단의 일부는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너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이, 다른 일부는 남하해 동아시아인의 조상이 됐다.
우리 외모의 기원에서 시작해 이어령은 인간의 욕망으로 나아간다. 케이팝 아이돌들이 전지구적 인기를 누리고 성형으로 한국인 같은 외모를 갖겠다는 서양인이 나오지만 정작 한국인들이 여전히 서구적 눈, 코를 원한다. 화장을 통해서는 더 밝은 피부색이나 큰 눈, 높은 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문화적 선망인 동시에 “얼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로 해석된다.
“화장품을 영어로 코스메틱(Cosmetics)이라 칭합니다. 코스모스(Cosmos)는 우주를 뜻하죠. 왜 화장품의 유래가 ‘우주’일까요? 인간의 타고난 얼굴은 완전하지가 않습니다. 일종의 카오스(Chaos·무질서)의 세계입니다. 거기에 질서를 부여해 카오스를 코스모스의 세계로 바꾸는 뜻이 화장, 화장품에 담겨 있어요. 인간은 타고 태어난 것, 주어진 것만으로는 부족한 존재입니다. 그것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름다움’이요, ‘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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